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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고율관세 맞아도 덤덤한 중국…미국 두렵지 않은 7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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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강하고 빠르게 미국에 보복

대미수출 줄이고 첨단제품 자립

희토류·환율 등 대응 카드 다양

동남아 등서 ‘반미연대’ 구축 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트남 하노이에 2일간의 국빈 방문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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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벌인 관세전쟁에 당당히 맞서며 끝까지 항전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내성을 다져 이번에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동남아 3국 순방을 앞두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 기고문에서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을 겨냥해 노골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①동률 보복관세
지난 2∼3월 미국이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했을 때만 해도 중국은 특정 품목이나 기업을 겨냥한 ‘표적 보복’에 집중하며 전면전 확전을 자제했다.

하지만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34%의 고율 관세를 추가로 물리자 중국은 곧바로 34% 보편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것으로 맞받아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후 양측이 맞불 관세를 주고받으면서 중국의 대미 추가 관세율은 12일부터 125%로 높아진 상태다. 앞서 전날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매긴 누적 관세율이 145%라고 재산정했다고 밝힌 데 따른 맞대응 조치다.

②미국 기업 수십곳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을 걷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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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전쟁 시작 이후 미국 기업 수십 곳을 제재했다.

지난 2월에는 희소금속 5대 원료 관련 제품 25종, 이달 초에는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도 내렸다. 이밖에 미국 여행 및 유학 자제령, 미국 영화 수입 축소 등 비관세 조치에도 나섰다.

중국 지도부와 당국이 미국을 겨냥해 발산하는 메시지의 어조도 사뭇 강경해졌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중국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세계와 대립하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이 “일방적 괴롭힘을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70여 년 동안 중국의 발전은 늘 자력갱생과 고된 투쟁을 통해 이뤄졌고 그 누구의 시혜에도 의존하지 않았기에 불합리한 억압에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시 주석이 미국과의 관세전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트럼프 2기 관세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동에서는 “남의 길을 막는 것은 결국 자기의 길을 막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불빛을 끄는 것으로 자신의 불빛이 밝아지지 않는다”며 비유적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하고자 하면 문을 열어놓겠지만 싸우겠다면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도 이달 들어 “미국이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 등 경고 발언을 내놓았다.

③중국, 수출시장 다변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갑작스러운 미중 무역전쟁 선포로 허를 찔려 미국에 끌려가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 배경은 뭘까? 우선 중국의 수출시장 다변화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무역전쟁을 거치며 대외무역 포트폴리오를 상당 부분 다변화해 대미 의존도를 줄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 따르면 중국의 전체 수출액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2%에서 2023년 14.8%로 하락했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에 비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 비중은 최근 5년간 12.9%에서 15.7%로 상승했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지만 대미 수출이 중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트럼프 1기 관세전쟁을 거치며 3%대에서 2%대로 낮아졌다.

중국의 대미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알려졌다. 유사시 중국은 GDP의 56%에 달하는 내수를 5%만 올리면 대미수출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 중국은 미국산 제품을 다른 국가나 자국 상품으로 대체 가능하지만, 미국은 중국 상품을 대체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④中, 세계 제조업 1위 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동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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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조업 1위 국가인 중국은 생필품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중국은 미국 애플의 스마트폰 95%, 테슬라 전기차 40%를 생산한다. 미국 최대 소매유통 기업 월마트의 판매상품 60%도 중국에서 납품한다. 미국 핵심기업의 제품 생산을 중국이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제재 속에 반도체 등 첨단제품 자립에도 힘써왔다.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우위이지만 자국에서 소비되는 다양한 중국산 제품을 당장 자국에서 생산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 분석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2022년까지 미국은 532개 주요 제품군을 중국에 의존했는데 이는 2000년의 거의 4배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미국 제품 의존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중국은 미국이 공급망을 통해 중국에 의존하는 상품을 쉽게 대체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 포센 소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흑자국인 중국은 판매, 즉 돈만 포기하면 되지만 적자국인 미국은 국내에서 전혀 생산하지 않거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를 포기하게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⑤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 제한
중국은 또한 미국과 관세전쟁이 격화할 경우 꺼낼 수 있는 다른 전략적 대응 카드도 보유하고 있다.

먼저 희토류나 핵심광물 수출 제한 수위를 높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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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는 영구자석이나 합금 용도 등에 쓰여 전기차,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 등 각종 첨단 기술 분야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중국은 세계 정제(가공) 희토류의 약 90%를 생산할 정도로 독점적 공급자다.

중국은 앞서 4일 희토류와 중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수출 금지가 아니라 특별 ‘수출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였지만, 중국은 발표 이후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않아 사실상 수출이 중단된 상태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⑥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도 중국의 또 다른 무기다.

중국은 이미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20% 추가 관세를 맞은 직후 미국산 닭고기, 밀, 옥수수, 면화, 수수, 대두, 돼지고기 등에 10∼15% 보복관세를 부과했는데 관세전쟁이 격화할 경우 이를 확대할 수도 있다.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은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층에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곳’을 찌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에도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해 타격을 입힌 적이 있다.

⑦위안화 평가절하
위안화 평가절하도 대응 수단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 당국은 아직 공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위안화/달러 환율은 2007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도도 강력한 보복 수단이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대거 팔면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중금리가 치솟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 국채 매도 시 중국의 보유자산 가치가 급감해 중국도 심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미 국채 시장에 투매 현상이 이어지면서 그 배후에 중국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중국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미국 국채 보유국이다. 2013년 말 1조3167억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올 초 기준 7610억달러 수준까지 빠르게 줄었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은 국가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를 팔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처럼 다양한 대응 카드를 가진 중국이 동남아나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동남아를 선택, 14∼18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다.

시간은 중국의 편으로 기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달리 내년 중간선거 등 여론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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