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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토)

지속된 한화 승계 논란…"한국 사회 지배구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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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관련 국회 토론회
"승계 의심 합리적…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
한화그룹 "유증, 주주가치 제고 위한 것"


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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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삼형제가 새로운 돈을 투자한 것도 아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에너지로 갔던 돈이 그대로 돌아온 것이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에게 이득이고, 대주주가 희생을 했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굉장히 많이 보여주는 사례다."

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가 한 말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 이후 불거진 승계 논란에 대해 논의했다.

계속된 승계 논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시장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유증을 시행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증자 직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룹 계열사인 한화에너지·한화에너지싱가포르·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뒷말도 나왔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회삿돈을 쓰고, 미래 투자 자금은 주주에게 손을 벌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세 아들에게 ㈜한화 주식을 증여해 '승계 완료'를 선언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파트너스·한화에너지싱가폴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를 두고 한화 측은 '한화에너지 대주주가 희생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액주주는 이득을 보게 되는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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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주제 발표에 나선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성장성이 좋다고 하면, 한화에너지가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일종의 기회를 얻게 되는 건데 이를 해결책이라고 얘기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이 승계 문제와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늘어나 현재 22%까지 올라갔다"며 "자금이 한화에너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게 합리적이고,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냐는 근본적 질문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공개매수와 고려아연 보유 지분 인수를 통해 ㈜한화의 지분을 22.16%까지 확보해 그룹 내 입지를 늘린 바 있다. 문제는 한화에너지 지분 100%는 한화그룹 삼형제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각각 25%다. 오너 3세→한화에너지→㈜한화→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옥상옥 형태의 지배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한화에너지는 ㈜한화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위해 재무적 여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 프리미엄(평균가 대비 12.3%)을 지급하고 공개매수를 했다"며 "이에 따라 ㈜한화 주가가 공개매수가로 상향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입장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가 '한화의 경영권 승계 궤적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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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한화에너지 합병 가능성에도 무게를 뒀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와 합병해 지주사 전환 조건에 맞춰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삼형제가 각자 기업을 인적분할하는 시나리오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우주·방산·태양광을, 김동원 사장이 금융을, 김동선 부사장이 레저·건설·기계장비 사업을 각각 맡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언젠가 ㈜한화와 한화에너지는 적절한 방식으로 합병할 것"이라며 "한화그룹에서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상법개정안 필요 보여준 사례"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이같은 대기업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상법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는 2월 1조3000억원으로 한화에너지 주식을 사고, 한 달 뒤에 주주들에게 3조6000억원의 돈을 유상증자해달라고 손을 벌렸다"며 "이는 결국 상법 개정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것이고, 재벌이 스스로 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자율적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를 규제하니 애플, 구글 등 혁신 기업이 나타났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혁신이 나오려면 개정 법률이 많이 통과돼야 하고, 과감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한화 측은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과 전혀 관계 없다"고 부인하며 "한화에어로 유상증자가 상법 개정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현재 기업 거버넌스 관련 법률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이를 통일해 집행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종합적인 시각에서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그 집행을 지속 독려할 수 있는 총괄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기업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경우, 계열사간 출자 규제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 교수는 "한국경제의 생산성 증가율 감소의 8할이 재벌 자본시장의 비효율성 때문"이라며 "이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자본 효율성이 발생해 경제 성장률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총수 지배권 희석을 방지하기 위한 계열사 간 출자는 충실 의무 같은 개별 회사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과거 총량규제방식 등과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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