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첫 공판 현장 스케치
우비 입고 “윤 어게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열린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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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넥타이·남색 정장 차림
오전·오후 2차례 지하로 출석
법원 앞, 찬반 세력 몰려 혼잡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자연인’ 신분으로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에 출석했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된 지 열흘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헌재에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짙은 남색 정장을 입었다. 머리는 가르마를 타 올곧게 빗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14분 전인 오전 9시46분쯤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500m도 되지 않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출발했다. 중앙지법 앞 인도는 그의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은 ‘윤 어게인’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탄핵 무효” 등을 외쳤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과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자택에서 출발한 지 4분 만에 지하주차장 통로를 거쳐 417호 법정에 들어섰다.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뒤에는 긴장한 듯 윗입술을 살짝 깨물고, 굳은 표정으로 간간이 방청석을 바라보기도 했다.
검찰은 “지금부터 대통령 윤석열을 피고인으로 칭하겠다”며 재판의 첫 절차인 모두진술을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이 1시간가량 공소사실을 설명하는 동안 눈을 자주 깜박이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검찰이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한 부분을 읽어나갈 때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모니터로 보면서 미간을 찡그린 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점검 관련 공소사실이 나오자 얼굴을 앞으로 쑥 내밀고 1분가량 모니터를 유심히 읽어내려갔다. ‘소총’ ‘케이블 타이’가 언급되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의 발언은 오전 재판을 마칠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고, 오후 재판에서도 40분간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발언이 길어질수록 재판장을 빤히 쳐다보며 말하거나 요란하게 손짓하는 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의 발언 시간은 총 93분이었다.
검찰이 증인으로 나온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을 신문할 때 윤 전 대통령은 발언권을 얻지 않고 자주 끼어들었다. 조 경비단장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국회의원을 데리고 나온다” 발언이 사실이라고 증언하자 “헌재에서 이미 다 나온 내용”이라고 막아섰다. 재판장은 반대신문에서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올 때면 여러 차례 신문을 가로막았다.
김나연·우혜림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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