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첫 형사재판에서 93분 동안 직접 발언
검찰 수사도, 헌재 결정도 전면 부정한 '궤변'
"증인신문, 정치적 의도 있다" 불만 토로도
軍지휘관들 "의원 끌어내란 지시 있었다" 증언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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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자연인이 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첫 형사재판에서도 여전히 당당했다.
10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발언 기회를 얻은 윤 전 대통령은 "평화적 계엄"이었다는 취지의 궤변을 읊고, 검찰 수사와 헌재 결정을 흔들며 불만을 토로하는 데 급급했다.
반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군 일선 지휘관들은 계엄 당시 직속 상관으로부터 "국회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제히 증언했다.
검찰 수사는 '내란몰이', 공소장은 '난잡'하다는 尹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첫 형사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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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는 검찰이 먼저 공소사실 요지 진술에 나섰다. 검찰은 약 64분간 비상계엄의 사전 모의 정황과 선포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윤 전 대통령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띄우면서 하면 좋겠다"며, 검찰의 PPT 자료를 모니터 화면에 띄워달라고 요청한 뒤 검찰의 모두진술 내용을 하나씩 짚어가며 반박하기 시작했다.
그는 검찰 수사와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의 정당성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한 사람들은) '내란 몰이' 과정에서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유도에 따라 진술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공소장에 대해서도 "이렇게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서 해제한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헌재 결정도 부정…"평화적 계엄"이라는 궤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정식 형사재판이 열리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출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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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자체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용 계엄이었지, 장기간이든 단기간이든 군정 실시를 위한 계엄이 아니란 점은 계엄 경과를 보면 너무나 자명하다"며 "계엄과 쿠데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계엄을 선포하고 난 뒤 실무장 하지 않은 소수의 병력을 '질서 유지'의 목적만으로 투입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사나 여론조사 꽃에 군을 투입하라는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검찰의 진술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4일 헌재는 파면 결정문에서 '경고성 계엄'에 불과하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은 계엄법상 성립하지 않으며, 국회에 병력을 투입해 군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대치하게 한 것 또한 위헌·위법한 행위였다고 봤다. 또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 여부와 '실제 폭동이 발생했는지' 여부 등 내란죄의 기본 구성 요건을 뿌리부터 흔드는, 헌재의 판단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을 이어갔다.
軍 지휘관들 "의원 끌어내란 지시 있었다" 증언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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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2024년 12월 4일) 0시 31분부터 1시 사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게 맞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조 단장은 헌재에서도 같은 증언을 내놓은 바 있다.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걸로 보인다'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김 대대장은 "시민들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대상인데 왜 우리를 때릴까 의문이 들었다"며 "가만히 보니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이게 제대로 된 의무를 수행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조 단장과 김 대대장이 형사재판 첫날 증인으로 채택된 것과 관련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단장에 대한 검찰의 주신문 진행 도중에 직접 나서 "반대 신문을 제가 할 건 아닌데 증인이 오늘 나와야 했는지, 그렇게 급했는지 순서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며 "헌재에서 상세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재차 진술 기회를 얻어 "오늘 같은 날 헌재에서 이미 다 신문한 사람을, 기자들도 와 있는데 자기들 유리하게 오늘 굳이 장관을 대신해 나오게 한 건 증인 신문에 있어서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에 재판부가 "반대신문을 통해서 그때그때 물어봐도 될 것 같다", "질문하는데 질문하는 사람 입장에선 맥이 끊기는 기분이 들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제지해야만 했다.
이날 첫 공판은 검찰 측 주신문을 끝으로 약 8시간 20분 만에 종료됐다. 윤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기일은 오는 21일로 정해졌다. 두 번째 기일에는 이날 증인으로 나온 조 단장과 김 대대장에 대한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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