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명 행사에서 파란색 서류철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의 사진이 미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당시 백악관에서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했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행정명령과 선언문에 서명하는 자리를 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내부 고발자에 대한 법무부 조사 지시, 2020년 선거의 정당성을 주장했던 전 사이버 보안 책임자에 대한 조사 명령 등도 있었다.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반가운 뉴스였으나 민주당의 노선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휘트머 주지사가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불려 나와 트럼프 옆에 선 것이다. 휘트머는 미시간 지역 항공방위군 기지 지원과 빙설 폭풍 피해 복구를 논의하러 백악관을 찾았고, 트럼프와 일대일 면담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카메라 앞에 서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한 듯 순간 파란색 서류철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는데 이 장면이 언론에 그대로 포착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휘트머가 트럼프의 정치적 메시지에 본인의 이름이 연루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얼굴을 가린 것”이라고 했다. 휘트머 측도 CNN에 “이 자리에 서명식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선 “서류 뭉치에 숨은 모습이 두 살짜리 내 아이랑 똑같다” “트럼프의 리얼리티쇼에 끌려 들어갔다” 같은 조롱이 나왔다. 민주당 내에서도 “휘트머 주지사의 행동은 저항의 정치로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노련한 주지사로서의 휘트머의 상승세가 꺾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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