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공정성 시비에 '메스' 들이대
市 업무 방해 혐의에 조사 초점
"수사 범위 확대 가능성" 관측도
강기정 시장 공약 사업 추진 위기
강기정 광주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인 Y프로젝트 '영산강 익사이팅존'의 국제 설계 공모 당선작인 '경계 없는 풍경' 조감도. 광주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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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광주를 꿀잼 도시로 만들겠다"며 공약으로 내건 'Y프로젝트-영산강 익사이팅 존' 조성 사업이 결국 사달이 났다. 최근 이 사업의 국제 설계 공모 당선작을 둘러싸고 불거진 지침 위반 논란 등이 공모 운영과 심사·평가에 대한 공정성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경찰이 광주시에 대해 '메스'를 꺼내 들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북구 동림동 영산강 익사이팅 존(7만9,000㎡)에 들어설 아시아 물역사 테마 체험관 및 자연형 물놀이 체험 시설 조성 국제 설계 공모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을 수사 중이다. 2027년 상반기 개장 예정인 두 시설은 총사업비 298억여 원이 책정된 강 시장 공약 사업의 일환이다. 광주시는 2월 27일 A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설계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경찰은 최근 공모 관리 운영 업체인 S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 관계자를 상대로 당선작의 지침 위반 논란과 5개 공모 참여 업체 공모안에 대한 기술 검토 과정 등 공모 운영 전반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런 경찰의 행보로 봐선 수사의 초점은 일단 업무 방해 쪽에 맞춰졌을 가능성이 높다. 광주시가 당선작이 건축 연면적 허용 범위(5,000㎡)를 초과했다는 S사의 기술 검토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실제 S사는 2월 18일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CAD) 프로그램으로 A컨소시엄 공모안의 건축 연면적을 산출한 결과, 허용치를 넘자 기술 검토 보고서 해당 점검 항목란에 지침 위반을 의미하는 X자(字)를 표시해 광주시에 넘겼다. 하지만 광주시는 연면적 초과 여부에 대한 검증도 없이 X자를 지우고 건축 면적 개요만 기재한 뒤 기술 검토 권한이 있는 공모 운영 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찰은 광주시가 기술 검토 보고서를 수정해 운영 위원들의 기술 검토는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심사 위원들의 공정한 심사·평가까지 방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시청 5층 기자실에서 출입 기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영산강 익사이팅 존' 조성 국제 설계 공모 당선작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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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찰 수사는 광주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역 건축 설계 업계에선 당선작을 감싸고 도는 듯한 광주시 행태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공모 참여 업체인 건축사사무소 B사는 당선작 발표 직후 "당선작이 건축법령을 어겼다"며 광주시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광주시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버텼다. 참다못한 B사는 당선작이 설계안에서 제시한 체험관 1층 필로티(기둥) 부분 놀이·휴게 공간을 연면적에 산입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광주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과 함께 여론전을 폈다. 광주시의 안일한 대응이 일을 키운 셈이다.
광주시가 경찰 조사의 수술대에 오르면서 관심의 초점은 과연 경찰이 어디까지 메스를 들이댈지에 옮겨지고 있다. 물론 경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술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단순 업무 방해 의혹 넘어 공공 건축물 건립 사업 발주와 관련해 이권이 개입했는지 등도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축사사무소 측은 "주로 관급 공사로 '먹고사는' 설계 업체들은 설계 공모가 뜨면 서로 이해 관계에 맞춰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각 참여 업체가 심사 위원과의 학연 등을 내세워 이들을 사전 관리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있다"고 말했다.
B사가 광주시를 상대로 설계 계약 우선협상자 지위 배제 및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낸 상황에서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면서 광주시는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당장 가처분 신청이나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 사항이 드러나면 갈 길 바쁜 이 사업 추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광주시는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사건 답변서에서 "올해 국비 43억원을 편성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송 결과에 따라 이 사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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