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1주기 기획①]
도내 초등학교 434곳 중 실습 100% 이수는 절반 수준
수영장 턱없이 부족…순천 8곳·광양 4곳에 불과
실내 수영장서 구명조끼 착용 수업…현실성 없는 생존교육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초등학교 생존수영 교육이 제도화됐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존수영 교육은 '있기만 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기획은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생존수영 교육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형식에서 실효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들을 짚어본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동식 수영장을 활용해 생존수영 교육을 받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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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
① "살기 위한 수영 맞나요?"…형식에 그친 전남 생존수영 교육 (계속) |
"배우긴 했지만, 진짜 물에 빠지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남 광양의 한 초등학생은 몇 년째 생존수영 수업을 받아왔지만, 막상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생존수영이 제도화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생존수영 교육의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뚜렷이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정부는 이듬해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의무화하며 교육 현장에 적용해 왔지만, 제도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이 집계한 2024년 생존수영 운영 현황에 따르면, 실습 이수율이 100%에 이른 초등학교는 도내 434곳 가운데 220여 곳에 그친다. 절반 수준이다. 반면 실습 이수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학교는 80여 곳에 달했다. 생존수영의 핵심이 실습 중심 교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남은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가장 형식적인 교육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 시설이 부족한 탓에 일부 학교는 하루 일정으로 버스를 대절해 인근 수영장에서 생존수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버스 예약과 학생 안전 관리, 일정 조율 등 모든 행정은 담당 교사에게 맡겨진다. 독도교육, 약물 오남용 교육 등 각종 의무교육에 생존수영까지 더해지면서 교사의 업무 부담은 커졌고, 결국 수업이 형식에 그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광양에서 생존수영 수업을 관리하는 한 교사는 "생존수영 수업이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처럼 여겨진다"며 "형식은 갖췄지만, 내용은 따라오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독도·다문화·성교육 등 필수 교육에 생존수영까지 연간 10시간을 편성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며 "교육과정 개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 생존수영 교육 현장. 여수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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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존재'… 안에 담긴 교육은 '공허'
정부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운영의 부담과 책임은 고스란히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책은 존재하지만, 그 안에 채워진 교육은 공허하다.시설 부족 문제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순천에는 초등학교가 41곳 있지만 수영장은 8곳뿐, 광양은 28개 초등학교가 4곳의 수영장을 나눠 써야 한다. 학사 일정이 겹쳐 원하는 시간대 확보가 어렵고, 시 운영 수영장은 동호회와 이용 시간이 충돌한다. 사립 수영장은 비용 부담이 크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영장과 강사 확보가 어려운 지역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며 "모든 학교에 실습 수업을 강제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 운영은 결국 지역 간, 학교 간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해안 지역인 고흥이나 보성 등 일부는 바다에서 실습을 진행하는 반면, 수영장이 없는 내륙 학교는 체육관에서의 이론 수업이나 영상 시청 수업 비중이 높다. 일부는 여름철 물놀이용 이동식 수영장에 의존해 교육을 대신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생존수영이 효과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선 반복 훈련과 위기 상황을 가정한 실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발성 체험이 아니라, 일관된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협력해 생존수영 교육의 표준화와 실습 중심 교육 확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접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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