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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범죄’ 기록물 30년 봉인 위기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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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기록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말라”며 투명한 일 처리와 기록물 중시를 강조했다. 기록물 자체가 역사적 자료인데다 정권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핵심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국가기록 관리 혁신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아 2007년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제정했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및 대통령의 보좌·자문·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생산하거나 접수한 모든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퇴임 1년 전부터 기록물을 확인하고 목록화하는 등 이관 준비를 한다. 자료를 미리 파악해 혹여 대통령이 퇴임 직전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폐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하지만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관을 완료해야 한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으니 차기 대통령 취임 전날인 6월3일까지 60일 이내에 기록물 이관을 마쳐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9일부터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경호처 등 28개 대통령기록물 생산 기관에 대한 현장 점검에 돌입했다.



문제는 지정기록물이다. 대통령기록물은 전체 공개가 원칙이지만, 국가 안전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거나 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 정무직 공무원 인사, 사생활, 의사소통 관련,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 등은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대 15년(사생활 관련은 30년)까지 비공개할 수 있다.



무엇을 지정기록물로 정할 것인지의 권한은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있다. 내란 관련은 물론 대통령실 용산 이전,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이태원 참사 등 윤석열 정권의 각종 의혹이 담긴 자료가 지정기록물로 지정될 경우 최대 30년까지 ‘봉인’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앞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한 문서를 모두 지정기록물로 정했다.



최근 임기 5년의 대통령기록관장이 임명 1년5개월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후임 관장에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인사가 거론되는 점도 핵심 자료가 지정기록물로 봉인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야권에선 지정기록물 지정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범죄 기록’ 은폐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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