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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금)

'적자 늪' 빠진 트렌비, 중고 명품이 밧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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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손실에…재무구조 악화 우려
군살 빼기 역부족…수익성 개선 과제
신품 대신 중고…시장 성장 가능성↑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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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트렌비가 수년째 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명품에 대한 열기가 크게 꺾인 탓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발란의 정산금 지연 문제에 따라 명품 플랫폼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다. 트렌비는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중고 명품'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이다.명품 사업 쉽지 않네

트렌비는 명품 구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머스트잇·발란과 함께 수혜를 입은 플랫폼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자 '보복 소비'의 일환으로 명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트렌비는 여기에 주목해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명품 플랫폼의 판이 커지는 만큼 덩치를 빠르게 키우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트렌비를 '적자의 늪'에 빠뜨렸다. 수백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하며 출혈 경쟁을 이어온 탓에 매출총이익보다 판관비가 커지면서 영업손실을 낼 수밖에 없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는 의미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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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군살 빼기에 나섰지만, 이번엔 명품 수요 위축이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누적된 영업손실만 자그마치 701억원이다.

쌓여가는 적자로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트렌비의 부채비율은 439.9%다. 1년 전보다 326.1%포인트 증가했다. 가진 자본보다 갚아야 할 빚이 4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결손금이 654억원에서 705억원으로 50억원 이상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을 끌어올렸다.

그러는 동안 유동비율은 낮아졌다. 같은 기간 트렌비의 유동비율은 123.1%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75.2%p 축소됐다. 미정산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발란의 유동비율(40.7%)보다는 높다. 다만 선두주자인 머스트잇의 유동비율(269.5%)에 비하면 낮다. 유동비율은 단기에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200% 이상일 경우 재무안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중고에 힘 싣는다

현재로선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시장의 우려를 가장 빠르게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불투명한 업황 탓에 투자자들은 명품 플랫폼에 지갑을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트렌비는 지난해 6월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지만, 투자액이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발란의 기업회생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 시장은 더 얼어붙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트렌비가 수익 개선의 카드로 꺼내든 건 중고 명품 사업이다. 최근 들어 중고 거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 또 중고 명품이 신품보다 마진율이 높다는 점도 성장동력으로 삼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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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거래 서비스 '셔플'이 대표적이다. 가지고 있는 명품을 트렌비의 다른 제품으로 무한정 바꿔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교환하고자 하는 명품이 더 비싼 경우에는 차액만큼의 돈을 더 내고, 이보다 저렴한 명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환급을 받는 식이다.

사업 강화를 위해 오프라인 중고 매입위탁센터도 확대하고 있다. 트렌비는 크린토피아 일부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빠른 확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GS25, GS더프레시에서는 중고명품 소싱도 운영 중이다. 트렌비는 중고 명품 사업을 통해 영업이익 20억원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트렌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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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트렌비의 이 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중고 명품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는 아직 그 규모가 작다. 여기에 명품은 일반 제품과 비교했을 때 재고 관리가 까다롭고 보관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품 판매만으로는 트렌비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중고에 눈을 돌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라며 "실적이 좋지 않아 지난해처럼 투자자들을 설득해 투자를 유치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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