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블랙 미러' 시즌7의 마지막 에피소드 ‘USS 칼리스터: 인피니티 속으로’는 컴퓨터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사람 유전자 정보가 악용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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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바로 보기 | 6부작 | 19세 이상
뇌종양 수술을 받는다. 혼수상태로 연명할 뻔했으나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뇌 주요 부분을 절제한 대신 뇌 활동을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지속할 수 있다. 어맨다(라시다 존스)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맨다의 남편 마이크(크리스 오도우드)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으나 아내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세상 일이 호락호락할 리가 있나.
①첨단기술 시대 벌어질 일들
어맨다는 교사인데 수업 중 갑작스레 광고 문구를 입으로 쏟아낸다. 뇌 활동을 지원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수술을 받고 나서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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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회사는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명목으로 요금을 계속 올린다. 예전 서비스를 유지하면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어맨다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광고문구를 내뱉거나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난다.
아내의 정상생활을 위해 마이크는 야근을 늘리고 잔업을 자처하지만 이용료를 대기 힘들 지경이 된다. 어맨다와 마이크 같은 ‘보통 사람들’(해당 에피소드 제목이다)로서는 저항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테크기업의 횡포에 대한 우화다.
②과학의 축복 또는 저주
유명 여배우 브랜디는 유명 흑백 영화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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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또 어떤가. 오래된 한 할리우드 영화사가 파산을 앞두고 옛 유명 흑백 영화 ‘호텔 레버리’를 첨단기술로 새롭게 만든다. 새로운 일을 찾던 흑인 여배우 브랜디(이사 래)가 영화 속으로 들어가 실제 생활처럼 인물들과 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는 식이다. 영화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화면에 ‘박제’된 인물이 자의식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홀로 늙어가는 남자 필립(폴 지아마티)은 특수 장례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젊은 시절 만났던 여인이 세상을 떠났으니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해 달라는 내용이다. 방식이 독특하다. 필립이 지닌 옛 사진과 물건을 보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인공지능(AI)을 통해 그 감정을 유족에게 전하는 식이다.
③전복적이면서 신랄한 이야기
노년의 필립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옛 사진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본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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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필립은 고인과 특별한 사이였던 듯한데 제대로 된 사진은 적고 많은 사진이 훼손돼 있다. 필립은 AI의 도움으로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서 회한에 빠져들고, 시간에 묻힌 사랑의 사연이 드러난다.
6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첨단과학기술이 소재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여전한 왕따 문제와 인간소외 문제가 또 다른 이야기 재료다. 사랑이 빠지지 않는다.
이야기들은 전복적이면서도 신랄하다. 세상은 물질적으로 계속 좋아지고 있으나 정신적으로로도 과연 그런가. 이야기들은 흥미를 자극하며 여러 생각거리를 던진다. 두 번째 에피소드 ‘베뜨 누아르’와 네 번째 에피소드 ‘장난감’이 특히나 섬뜩하면서도 꽤 긴 여운을 남긴다. 외로운 인간과 첨단기술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경고한다.
뷰+포인트
2011년 시작된 영국 인기 시리즈의 귀환이다. 이전 시리즈들처럼 각 회마다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유지하며 호기심을 불러낸다. 첨단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빛보다 어둠을 더 조명한다. 시즌1부터 시리즈를 기획한 영국 작가 겸 제작자 찰리 브루커가 모든 이야기를 지휘하고 조율했다. 그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작가로도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에피소드 ‘USS 칼리스터: 인피니티 속으로’는 시즌 4 ‘USS 칼리스터’(2017)의 속편이다. 길이(90분)나 내용이나 완성도에서 잘 만든 영화 한 편에 버금간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5%, 시청자 7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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