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한 주택재개발조합장에게 임대사업자가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차량에 싣고 와 확인시켜 준 뒤 조합장 소유 차량 트렁크에 실려주는 모습(왼쪽부터)이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영상은 임대사업자 측이 주택재개발조합의 임대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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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주, 남양주, 대전 등 전국 4개 지역 주택재개발조합을 상대로 한 뇌물 사건을 수사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알선수재)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전주 주택재개발조합장 A(70대)씨 등 50∼70대 조합장 4명과 정비사업자 3명, 임대사업자와 브로커 각각 1명 등 총 9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이 수수한 뇌물 총액은 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주택 재개발 조합의 임대아파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뇌물을 주고받으며 결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장과 사업자 사이 오간 뇌물의 금액은 적게는 5000만원에서 최대 3억3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주택재개발조합장 등 뇌물 수수 개요. 전북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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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전주지역 주택재개발 조합장인 A씨 등은 임대사업자가 주택재개발에 따른 임대아파트 사업권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 가격을 미리 알려주거나 특정 업체가 유리한 입찰 조건을 내세워 단독입찰을 가능하게 한 뒤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외형상 입찰 절차를 거친 것처럼 꾸미고, 사전에 조율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재개발조합은 전체 주택 세대수의 20%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은 임대사업 수행 여력이 없어 외부 민간사업자에게 해당 사업권을 위임하고 있다. 경찰은 민간사업자가 해당 권한을 확보한 뒤 임대주택 소유권과 분양권까지 넘겨받을 수 있는 구조가 조합과 사업자 간 뇌물 거래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조합 운영의 투명성 문제와 함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 민간 사업자와 조합 간 유착 구조가 이번 수사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특히, 뇌물수수는 전주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남양주, 대전 등 전국으로 확산돼 있었다는 점에서 주택정비사업에 만연해 있을 관행적 비리 가능성을 시사한다.
앞서 전북경찰은 지난해 11월 전주 지역 한 주택재개발조합의 뇌물 수수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를 벌이다 남양주와 대전 등 다른 지역으로도 범행이 확산된 정황을 포착하고 전국 단위로 수사를 확대했다.
전북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뇌물 공여 현장이 담긴 동영상과 임대아파트 계약 서류 등 핵심 물증을 확보하고, 대가성이 명확한 불법 행위들을 입증해 구속 수사를 진행했다. 또한 일부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과 민간 임대사업자와의 유착 가능성 등을 유관기관에 통보하고,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치도 신청했다. 범죄수익 환수까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과 방치된 구조 속에서 반복될 수 있는 문제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전북경찰 관계자는 “입찰 절차의 공개성과 회계 투명성 확보, 조합장 선출 및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감독 강화 없이는 유사 범죄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며 “부패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순한 적발을 넘어 예방적 차원의 제도 개선과 감시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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