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
5월, 제주도에서 APEC 회원경제의 고용노동장관들이 모인다. 이는 오는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사전회의의 일환이다.역내에서 공동으로 추진할 미래 일자리를 위한 어젠다 설정을 위해서다.
회원경제는 인공지능전환(AX)과 인구구조변화와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 공급과 필요한 숙련 내용이 크게 변화할 것이어서 각 회원경제는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인공지능(AI)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과정 변화는 과거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점진적 변화라기보다는 단절적 혁신이며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이 점에서 회원경제들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어떤 회원경제가 핵심 AI 기술에서 뒤처져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AI전환에서 낙오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제발전사를 보면 핵심 기술은 발명한 국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경제발전에서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상품화해 경제를 크게 진작시킨 나라는 일본이었다. 즉 AI를 활용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AX과정에서도 기존의 생산 노하우와 AI기술을 결합해서 잘 활용할 줄 아는 기업이 많을수록 산업생태계의 강건성이 증가하고 경제 내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의 핵심 AI기술은 미국과 중국이 과점하고 있다. 하지만 각 회원경제에게 AX가 도약의 계기가 될지는 AI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AI기술이 전통적으로 유지돼 온 산업과 생산 기술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미 노하우를 축적한 산업 영역에 AI지식을 결합해 생산성을 증진하고 관련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면 성공적으로 AX을 성취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이 전통적 제조업에 AI기술 활용 능력을 더한다면 전후방 연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까지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전통적 기술 기능을 바탕으로 AI기술을 잘 활용하도록 재교육하고 향상교육시키는 것이 회원경제의 공통 과제이다.
회원경제마다 산업발달 영역과 수준이 다르다. 따라서 단선적 대응만으로는 모든 회원경제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회원경제 간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와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 간 인력교류 및 기술이전 협력, 그리고 각국의 모범사례를 역내에 확산하는데 기여함으로써 AX시대에 역내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책무성과 기대를 함께 지닌 회원경제 중 하나다.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APEC이 회원경제 간 공통 어젠다를 도출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전환 과정에서 특히 간과하면 안 될 점이 있다. 단절적이고 빠른 기술변화는 취약계층의 적응과정에 상대적으로 더 큰 애로를 초래한다. 고령자와 장애인은 젊은층이나 비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변화에 맞춰 기술 기능을 익히는데 더디다. 저소득층이나 취약구직자는 기업 안에서 신기술에 적응할 기회를 갖지 못해서 더욱 뒤처질 수 있다. 지난 30년간 사회 각 부문에서 확대돼 온 격차에 더해 AX에 취약한 집단이 노동시장 내 AX 적응까지 뒤쳐진다면 사회통합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전환 과정에 필요한 기술(skill)이 회원경제 내와 회원경제 간에 골고루 스며들게 하는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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