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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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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처럼 부처님도 ‘생일카페’, ‘부캐작명’도···“차별 없고 열려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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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대한불교 조계종 연화사와 재난구호단체 더프라미스가 지난 30일부터 5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서 “부처님 생신 카페”를 열고 있다. 사진 속 음료는 카페의 주력 상품인 ‘연꽃 라떼’로, 행사기간을 모두 합쳐 총 500잔을 판매한다. 더프라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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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 라떼는 이제 매진이에요!”

    5일 서울 동대문구 대한불교 조계종 연화사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외치자 길게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아쉬워했다. 앞 순서였던 한 커플은 “우리 일찍 오길 잘했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연꽃 라떼’를 놓친 젊은이들은 아쉬움에 카페 앞에 마련된 부스로 향했다. 5~6평 남짓한 ‘부처님 생신 카페’ 안에는 이미 시민 20여명이 ‘부처님 굿즈(상품)’를 구경하기 위해 가득 모여있었다.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화사와 재난구호단체 더프라미스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연화사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개조해 ‘부처님 생카(생신 카페)’를 열었다. 아이돌 ‘생일카페’(팬들이 카페 등을 빌려 아이돌 생일 축하 행사를 여는 카페)를 따라 한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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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민씨(25·왼쪽)와 김나리씨(25)가 5일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 ‘부처님 생신 카페’ 행사장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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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찾은 부처님 생카에선 젊은 세대들이 많이 보였다. 20·30대 시민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깨닫다!’라는 문구가 적힌 머리핀을 꽂고 연꽃 문양의 문신 스티커를 손목에 붙였다. 카페엔 여기저기 ‘HAPPY BIRTHDAY BUDDHA(생일 축하해요 부처님)’ 문구를 비롯해 아기자기한 풍선들이 장식돼 있었다.

    재치 있는 부스와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카페 입구 앞에는 “관세음보살˙카페 문의는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자비로 답변함”이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 리본이 붙어 있었다. 카페 앞 부스인 ‘스님의 부캐 작명소(스부작)’에선 스님이 직접 법명(부캐)을 작명해줬다. 스부작은 예약시작 2시간 만에 마감됐다. ‘부처님 손은 약손’ ‘약사여래부처 밴드붙여’ 등 굿즈도 삽시간에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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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27)·김설아(27)·권소연씨(27)가 5일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 ‘부처님 생신 카페’에서 구매한 스티커를 내보이고 있다. 김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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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부처님 생카가 매력적인 이유로 재미를 꼽았다. 취업준비생 이재원씨(27)는 “불교가 재미있는 부스와 행사로 젊은 층에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 같다”며 “내년에 또 오고 싶다”며 웃었다. 김설아씨(27)는 이날 구매한 ‘극락도 락이다’라고 쓰인 스티커를 보여주며 “굿즈도 젊은 사람들에게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게 만드신 것 같다”고 말했다.

    불교의 포용성과 다양성 때문에 카페를 방문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나리씨(25)는 “어떤 종교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성소수자가 불교에서만큼은 환영받는다”며 “불교는 차별 없이 평등하게 모두를 다 포용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연화사 주지 묘장스님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반려견을 데려와도 되느냐’, ‘신도가 아니어도 되냐’고 많이 물어왔다”며 “자비롭게 ‘다 되니 오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사들로 많은 분이 불교를 신선하고 재밌게 느낀 것 같다”며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은 시대에 참가자들이 이 행사로 욕망·욕심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아를 찾는 기회를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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