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금)

    [지평선] 송전탑 갈등의 종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4월 2일 충남 당진시 서해대교 인근 해상철탑에서 열린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6월 11일 동틀 무렵. 경남 밀양시는 2,000명이 넘는 공권력을 동원해 부북면 일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농성장을 기습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쇠사슬로 몸을 감은 채 맞서던 주민과 수녀 20여 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9년을 끌며 380명 이상 입건되고 2명의 인명을 앗아갔던 '밀양 송전탑 갈등'이 강제 종료된 날이다. 밀양지역 송전탑 69개가 포함된 신고리-북경남 고압송전선로 90.5㎞ 구간 공사는 그해 11월 간신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 밀양 사건 후 11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공익과 사익은 변함없이 곳곳에서 충돌했고 국책사업은 거듭 제동이 걸려왔다. 이런 가운데 11일 한국전력공사는 주민과 지자체 반대로 준공시점이 9년이나 미뤄져온 동해안-동서울 초고압 직류 송전망(HVDC) 구축 프로젝트가 마침내 최고 난구간을 지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들의 동의가 완료된 것이다.

    □ 한전에 따르면 송전선로(280㎞·경북 울진~경기 하남)가 지나는 경북 강원 경기지역 79개 마을 주민 합의가 최근 마무리됐다. 환경피해 우려와 경제적 손실 가능성에도 국익을 우선으로 생각한 주민 협조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착수 22년 만에 준공된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에 이어 꽉 막혔던 전력 흐름 숨통이 머지않아 다시 한번 시원하게 트일 청신호로 보인다.

    □ 다만 주민 동의가 끝났음에도 송전선로의 개통을 손쉽게 장담하긴 아직 이르다. 동서울변환소 증설 인허가권을 가진 하남시가 협조하지 않아서다. 소음 등을 이유로 증설을 막아선 것인데, 자칫하면 수도권으로의 원전 6기 규모 전력 공급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지난 2월 국회는 이러한 송전망 건설과정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특별법을 활용해 기관 간 조정의 묘수를 적극 발휘하길 바란다. 주민과 정부 모두 패자가 된 밀양 송전탑 갈등의 후과가 살아나는 모습을 또다시 지켜볼 이유는 없다.

    양홍주 논설위원 yanghon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