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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국민은행에서 4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첫 제재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중대성 심의위원회를 열어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은행권에선 위법행위의 중대성을 가르는 기준이 모호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은행은 지난 9일 46억1300만 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점 직원이 장기 미분양 상가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관계인을 실제 분양자인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민 건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3일 “자체 조사로 이 사실을 인지한 직후 해당 직원을 인사 조치했다”며 “조만간 형사 고소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해 2월 29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이어졌다. 은행권과 금융지주사에 책무구조도 제도가 적용된 올해 1월 2일 이후에도 부당대출이 계속된 것이다.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공시된 금융사고는 있었지만 사고 발생 기간이 제도 시행 이후까지 포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책무구조도는 주요 업무별로 최종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불완전판매나 횡령 등 사고 발생 시 임직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따지는 제도다.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린다. 금융사고를 낸 직원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에 책무구조도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책무구조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대성 검토 심의위원회’를 열어 제재 수위를 정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수시 검사를 진행 중이며, 검사 결과를 보고 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에선 이번 국민은행 사고가 책무구조도에 따른 제재 수위를 따져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사고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소비자 피해가 컸는지 등을 종합해 ‘위법행위의 중대성’을 따져 제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책임을 가진 임원이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인정되면 제재는 감경되거나 면제될 수 있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다만 금융당국의 ‘중대성’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중은행에서 책무구조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위범행위의 중대성이나 상당한 주의 의무를 판단할 정량적 기준이 없다 보니 결국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제재 여부가 갈리게 될 것”이라며 “당국이 이번 사고에 책무구조도를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최근 금감원이 진행한 책무구조도 현장 컨설팅에서도 제재 기준을 구체화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로 내부통제 책임이 상급자까지 확장됐지만 서류까지 조작된 경우라면 하급자의 부당행위를 사전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은행들이 내부통제 인력을 확대하고 윤리 교육을 강화했다고 홍보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주의 의무를 입증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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