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가입률 낮으면 효과 떨어져
2023년 2월 지하철 종로3가역에 한 노인이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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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부동산 등 자산을 연금화하면 노인 약 122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노인빈곤층의 약 37%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주택연금 가입을 희망하는 가계가 모두 가입을 한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5~0.7% 증가한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날 세종 한국개발연구원(KDI) 본원에서 열린 한은·KDI 공동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부동산 같은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그 자산이 생활비로 전환되지 못하면 통계상 '빈곤층'으로 분류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문제는 단순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다는 것뿐 아니라 빈곤을 동반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약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자산을 연금화해 빈곤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복안이다.
대표적인 자산 연금화 방안은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한 뒤 그 집에 계속해서 거주하면서 연금 방식으로 매달 노후 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심포지엄에서 "주택연금이 활성화되면 최소 노인 34만 명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며 "주택연금 가입을 희망하는 가계가 모두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노인빈곤율은 3~5%포인트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주택연금 잠재 수요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55~79세 주택보유자 3,8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주택연금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35.3%에 달했다. 이용 주택의 상속 가능성을 높이는 등 주택연금 상품 설계를 보완할 경우, 가입 의향은 평균 41.4%로 더 높아졌다.
관건은 실제 주택연금 가입 여부다. 가입률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노인빈곤율 인하 등 긍정적 효과의 크기가 줄어든다. 황 실장은 "주택연금 긍정적 효과의 크기는 가입 의향이 실제 가입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높은 주택연금 잠재수요가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노인 빈곤과 더불어 노동시장 고령화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의 일정 비율로 전환해 빈곤 고령층을 두껍게 지원할 것을 제언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연공서열적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고령 비정규직과 정년퇴직자 재고용을 촉진할 것을 강조했다. 이재호 한은 차장은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세종=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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