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피부임상센타 전략기획실 상무 |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 화장품 전시회에 참가하며 K뷰티의 현주소와 앞으로 전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항구도시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 수십 년 지속된 전시회의 노하우가 어우러져 전시현장은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었다. 참가기업과 바이어의 네트워킹을 유도하는 동선설계, 각종 행사와 세미나 등은 '잘 준비된 전시회'가 가진 저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일본 화장품기업들의 분위기 변화였다. 단순한 제품진열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전략과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중견브랜드들은 고기능성 원료와 다양한 포뮬러를 앞세웠고 오랜기간 구축된 유통망과 드러그스토어 채널은 여전히 탄탄해 보였다. 한동안 K뷰티의 성장에 밀려 조용해 보이던 일본 브랜드들이 다시금 기술력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내부 경쟁력을 다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지 주요 매장에선 한국 화장품의 강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이제는 일본 내에서 하나의 '세그먼트'로 자리잡은 K뷰티의 위상은 뚜렷했다. 특히 감각적인 브랜드 스토리와 직관적인 패키지, 빠르게 진화하는 제품 기획력은 일본 소비자들에게도 꾸준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가운데 '스킨푸드'(Skinfood)의 현지전략은 주목할 만했다. 이 브랜드는 일본 내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체험형 매장을 확장했고 식물성 원료에 기반한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며 단순한 화장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일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천연' '비건' '클린뷰티' 코드에 브랜드 철학을 맞추고 SNS 콘텐츠와 오프라인 체험공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렸다. 이는 단순한 제품수출이 아닌 철저한 현지화와 고객 관점에서 접근이 주효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전시에서 얻은 중요한 통찰은 일본이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의 정밀한 제조 인프라를 갖췄고 소재 안정성과 GMP 수준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세계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는 기획력과 감각적인 브랜드 설계,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인체적용시험 기반의 안전성 및 효능을 입증하는 역량을 보유했다.
따라서 한일 두 나라의 파트너십은 단순 경쟁, 혹은 제조의뢰 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 제조사의 안정된 생산공정에 한국 브랜드의 콘셉트 기획력과 마케팅 감각을 접목하거나 한국의 고도화한 K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체적용시험 인프라를 갖췄고 다수의 글로벌 인증시험을 수행한다. 일본 기업들이 개발한 고기능성 원료나 제품에 대해 한국 인체적용시험 기관의 검증을 거치면 일본 내 약사법 대응뿐 아니라 미국 FDA, 유럽 CPNP 등록 등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국의 원료정보 공유와 안전성 검토시스템 구축을 검토할 만하다. 일본 기업들은 독창적이고 기능성이 우수한 원료개발에 강점이 있지만 안전성 자료나 장기 독성정보에 대한 체계적 축적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최근 일부 일본 기업이 한국의 인증 및 인허가 대행사와 연계해 미국 MoCRA 대응을 시작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코하마 전시회장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나란히 부스를 운영하며 서로를 탐색하고 경쟁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이제는 제로섬의 접근이 아닌 양국이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맞춤형 윈윈전략을 설계할 때다. K뷰티의 다음 10년은 단독 질주가 아니라 조율된 공존을 통해 더 깊고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기광국 P&K피부임상센타 전략기획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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