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소설집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 (사진=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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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31)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창비)에 대한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다. 책을 읽고 나면 빈말이 아님을 수긍하게 된다. 아동 학대 논란에 휘말린 영화감독, 우연히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게 된 재미교포, 정치인에게 굿을 해주는 박수무당 등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흡입력 있는 문장과 함께 흥미롭게 펼쳐진다.

독자 반응도 뜨겁다. ‘혼모노’는 지난 3월 출간 이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성 작가는 27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자들의 호응을 예상하지 못해 얼떨떨하다”면서도 “새로운 독자층이 많이 생겨 감사한 마음”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지난해 문학상 휩쓴 한국 문학계 신성

성해나 작가 소설집 ‘혼모노’ 표지. (사진=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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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작가는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창비) 등을 발표했다. 지난해 제15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단편 ‘혼모노’)과 젊은작가상, 제15회 젊은작가상(단편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등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성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인 ‘혼모노’는 지난해 문학상 수상작을 포함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한 단편 7편을 엮었다. 성 작가는 “거시적으로는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하나의 주제로 통용하고 싶진 않다”며 “다양한 질감과 색감의 작품을 독자들이 다채롭게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단편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표제작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를 뜻하는 단어에서 제목을 따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오타쿠 문화를 상징하는 은어로 이용되는 단어다. 그러나 소설은 무당을 주인공으로 ‘진짜’와 ‘가짜’의 의미를 질문한다. 자신의 신앙이 ‘진짜’라고 믿어온 30년차 박수무당 ‘문수’가 스무 살 남짓한 ‘신애기’를 만나면서 겪는 갈등을 통해 세대 갈등과 전통과 현대의 대립을 그린다. 여기에 무속신앙에 심취한 아내를 둔 정치인이 등장하는 등 한국 사회의 단면까지 담아내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는 “사회와 함께 통증을 앓는 사람”이라고 작가를 규정한다. 성 작가가 사회 문제를 소설로 풀어내는 이유다. 여기에 그의 작품은 ‘허구’의 이야기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동 학대 논란에 휘말린 영화감독이 주인공인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남영동 대공분실을 모티브로 삼은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 등은 읽다 보면 실존 인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소설 속 인물이 실존 인물인지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는 독자도 있다. 이는 성 작가가 치밀한 취재와 오랜 고민 끝에 탄탄하게 쌓은 이야기의 힘이기도 하다.

열린 결말로 여운…“타자 이야기 계속 쓸 것”

소설집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 (사진=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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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방문했다가 태극기 집회 대열에 휘말리는 재미교포 3세(‘스무드’), 스타트업 회사에서 벌어지는 직장인들의 애환(‘우호적 감정’), 딸의 출산을 앞두고 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벌이는 갈등(‘잉태기’), 10대 시절 록 밴드로 꿈을 키웠던 세 친구(‘메탈’) 등 다른 소설들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친숙하게 다가온다.

성 작가는 ‘스무드’를 쓰기 위해 태극기 집회도 직접 취재했다. 그는 “‘스무드’를 발표한 뒤 ‘성해나 작가가 우파다’라는 댓글을 받아서 큰일났다 싶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괜찮은 오독(誤讀)인 것 같아 유쾌한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성 작가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열린 결말’이다. 독자 입장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성 작가의 소설은 하나같이 오랜 여운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소설 속 인물과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든다. 성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을 살아 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다”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마침표로 닫기보다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 수 있을지 독자들과 같이 상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문학이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 속 문장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는 문학을 통해서 사람은 ‘단면’이 아니라 다면적이며, 부조(浮彫)가 아닌 환조(丸彫)라는 걸 알아가요. 인간을 오롯이 바라보며 존중하고 인정할 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씁니다. 문학의 본질은 혼자 꿈꾸는 게 아니라 함께 나아감에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며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소설집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 (사진=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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