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1 (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51] 중원의 사슴 쟁탈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협지를 읽을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사슴’과 ‘쫓다’다. 그 지리적인 배경은 보통 중원(中原)이다. 그런 경우의 작은 표제어는 대개 ‘중원축록(中原逐鹿)’이다. 이는 권력의 중심이 사라진 난세(亂世)의 예고다. 이어 여러 사내들이 열심히 사슴을 잡으러 나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래는 한 역사서에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죽고 난 뒤의 세상을 적으면서다. 진시황의 권력을 ‘사슴’, 왕좌 쟁탈전을 ‘쫓다’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격렬한 다툼을 ‘각축(角逐)’으로 적었을지 모른다. 유래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단어는 ‘무기’를 상징하는 동물의 뿔[角]을 부딪치며 벌어지는 싸움[逐]의 뜻이다. 말을 몰아 상대를 해친다는 뜻의 단어 구축(驅逐)도 그 맥락이다.

    정치적으로 위에 오른 자가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그 힘의 원천을 보통은 권력(權力)이라고 지칭한다. 여기서의 권(權)은 원칙과 규정에 상관없이 제 뜻대로 하는 행위다. 그에 한 글자 올려 자의성을 한층 더 부각한 말이 패권(覇權)이다.

    패(覇)라는 글자의 초기 뜻은 불확실하지만, ‘임의대로’ ‘제멋대로’의 뜻을 거쳐 결국 권력의 정점을 가리키는 새김을 얻었다. 제 영역에서 최고를 차지하면 제패(制霸), 그런 힘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방식은 패도(覇道)다.

    실정(失政) 때문인지 중국 공산당 총서기 권력이 흔들린다는 소식이 나돈다. 심지어는 총서기 이하 공산당 최고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멤버 교체에 관한 설도 있다. 중국 권부(權府)의 이상 기류를 전하는 뉴스가 부쩍 늘고 있다.

    막후에서의 권력 교체가 늘 비밀스러워 많은 추측을 자아내는 중국 공산당이다. 중원의 사슴을 쫓는 사내들 발길이 우선 바빠질 듯하다. 1인 권력의 독재 시스템이 이어질지, 여럿이 권력을 나누는 군웅할거(群雄割據)의 국면을 맞을지 주목거리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