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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3 (토)

    [기자의 시각] 이재명·이시바의 ‘비주류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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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뉴시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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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과거부터 ‘비주류 정치인’을 자처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재명은 옛 자서전에서 “세상 인식을 바꾸는 건 비주류인 나 같은 사람에게 허용된다”고 했고, 이시바는 ‘미스터 쓴소리’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같은 당 중진들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두 정상이 지난 9일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정상과 통화다. 과거 반일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낸 이 대통령은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말 주한 일본 대사에게 “개인적으로 일본에 애착이 매우 깊다”고 했다. 지난 윤석열 정권 대일 기조를 “저자세 굴종 외교”라 비난한 그는 최근 윤 전 대통령이 제시했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이어받을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가 간 관계는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계승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일본 외교가엔 이 대통령의 태도 돌변에 ‘선거를 위한 연막이었을 뿐 아직 신뢰하기 이르다’는 말이 돈다고 한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이런 의구심을 제쳐두고 이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이례적인 한국어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도 “일본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화답했다.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에 더해 일본 패전 80주년인 해다. 집권 자민당 보수계에선 비주류인 이시바가 오는 8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과오’를 인정하는 언급을 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한국 외교가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일본 정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시바가 최대한의 ‘노력’을 보인다면 양국 정상의 화합 여지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와 오부치 게이조 내각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했다. 일본은 “통절하게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했고, 한국은 미래지향 관계라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수용했다. 27년 지난 지금 양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중국·러시아 등 열강의 도발 속 여느 때보다 동맹 관계가 중요해진 시기에 있다. 수교 60년을 넘은 100년을 내다보는 미래 외교 플랜이 필요해진 시기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국 진보 정권과 일본 보수 자민당 집권 시기에 이뤄졌다. 현재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는 8월 광복(일본 패전) 80주년을 맞아 이시바가 과거사를 직시하는 발언을 하고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다면 어떨까. ‘비주류’인 두 정상이 이뤄내는 시너지야말로 과거 정치권이 이루지 못한 전례 없는 한일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급망과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한 경제 공동체 구축, 공연·예술 비자 완화를 통한 민간 교류 확장 등을 기대할 수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비견할 ‘이재명-이시바 선언’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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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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