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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교도소 도어락 설치해달라' 노쇼…자영업자 "가뜩이나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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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예약 취소 '노쇼'(CG)
    [연합뉴스TV 제공]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열쇠 설치를 의뢰한 뒤 잠적하는 이른바 '노쇼'로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서 열쇠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3일 전주교도소 공무원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다.

    사칭범은 휴대전화로 명함 사진을 전달하며 '교도소에 도어락 2개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뒤 '차량을 등록해뒀으니 교도소 안으로 들어오면 된다'고 거짓말했다.

    명함에는 법무부 상징과 이름, 직위는 물론 전주교도소 주소까지 적혀 있었다.

    명함까지 전달받은 A씨는 사칭범의 말대로 전주교도소를 방문했다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교도소 측의 말을 듣고서야 거짓 의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황당한 것은 같은 시간에 4명의 다른 열쇠 가게 업자들도 이미 현장에 도착, 서로 허탈한 웃음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A씨는 "사칭범의 말을 믿고 교도소로 가는 바람에 다른 출장 의뢰를 맡지 못하거나 가게로 찾아오는 손님을 그냥 보낼 수밖에 없어 그 시간만큼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가 지난 14일에는 전주시청 노인복지과 공무원을 사칭하는 전화가 A씨에게 걸려 오기도 했다.

    이 사칭범은 '복지의 일환으로 노인 주택에 도어락을 설치하려고 한다'면서 '도어락 200개의 견적을 뽑아달라'고 문의했다.

    이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접근했다.

    2천만원가량의 큰 주문이어서 A씨는 세세하게 응대했지만 이후 사칭범이 추가 연락을 끊으면서 주문을 이행할 수 없었다.

    연합뉴스

    A씨가 사칭범으로부터 받은 명함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이후 완산구청 당직실에 도어락을 설치해달라는 또 다른 전화가 왔고 '사내 번호로 전화를 달라'고 요청하자 연락을 끊었다"며 "경제도 어려운데 대체 왜 이런 전화를 해서 자영업자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물어보니 5곳의 다른 열쇠 가게도 유사한 사칭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며 "열쇠업 특성상 주변 상인들과 거래 내용을 잘 공유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을 이용해 사칭범들이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소상공인을 겨냥한 노쇼 사기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 프로그램 제작자 등을 사칭하며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한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도 극성이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도내에서 접수된 노쇼 사기는 총 123건이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아 A씨처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유형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에 사용된 전화 명의자와 계좌번호 등을 추적하며 범죄 실체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피해가 의심되는 경우 지체 없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등으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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