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의 삶 다룬 다큐멘터리와 VR전시
케이팝과 여성의 정치적 주체성 다룬 세션도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3부작 중 하나인 '소요산' 스틸컷. '몽키 하우스'라고도 불렸던 낙검자 수용소는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에 위치해 있다. 정부는 성병 감염이 의심되는 기지촌 여성들을 강제로 수용해 치료했다. 세계영상사회학대회 홍보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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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에 감염된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정화'를 주한미군이 요청하자, 한국 정부는 수용소를 짓고 '낙검자'(검진탈락자)를 가뒀다. 정부가 성매매 단속을 면제해준 기지촌의 '미군 위안부' 여성들이 1970년대 겪었던 일이다. 관객은 액자나 영화관 화면을 통해 이 여성들의 고통을 단순히 목격하는 게 아니라,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직접 고통을 받는 타인의 위치에 서게 된다.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VR 3부작 중 하나인 '소요산' 얘기다.
이처럼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폭력을 고발하는 새로운 접근들이 2025년 세계영상사회학대회(IVSA 2025)에서 다뤄진다. 올해로 42회째인 세계영상사회학대회가 동아시아에서 개최되는 건 처음이다. 대회는 아주대와 경기 수원시 일대에서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며, 30개국 350여 명의 연구자와 예술가가 참여해 연구와 작품을 공개한다.
대회 기간 열리는 영화제에선 조은 감독(동국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사당동 더하기 33', 김동령·박경태 감독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가 감독들의 기조 발표와 함께 상영된다. 개막식 기조 강연을 맡은 조 감독은 도시 개발로 인한 빈곤 계급의 삶을 기록하며, 시각의 '중립성' 안에 내재된 권력 관계를 지적한다. 김 감독과 박 감독은 1992년 기지촌에서 미군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윤금이씨의 사진이 재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 영상 매체의 역할에 대해 강연한다. 폐막식 기조 강연에선 그래엄 길록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가 '역동하는 영상사회학'을 주제로 연설한다.
대회에선 다양한 젠더 관련 연구 성과도 다뤄진다. 12·3 불법 계엄 이후 2030세대 여성들이 정치적 주체성을 형성하는 동안 케이팝 팬덤 문화가 끼친 영향, 일본군 위안부의 증언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콘텐츠의 역할과 위험성을 다룬 연구 등이다.
이 밖에 '어린이의 언어로 로블록스를 말하다' 전시는 '10대의 놀이터'로 불리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문화를 어린이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6월 25~28일 아주대와 수원시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영상사회학대회 포스터. 세계영상사회학대회 홍보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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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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