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올해를 태권도 명명 70주년으로 기념해
대외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수익화도 가능
국제사회 태권도 공인 받기 위해 南과 협력 필요
편집자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정부에서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역대정부는 체육교류를 앞세워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복원하며 화해 무드를 조성해왔다. 이번에는 탁구가 선봉에 섰다. 달라진 대북기조에 맞춰 정부와 체육계의 구상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한계를 짚는 분석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4년 4월 조선인민혁명군창건 92돌을 맞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방문해 체육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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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권도 사랑은 유명하다. 북한에서 태권도의 위상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는 체제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수단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태권도의 높은 인지도를 활용해 대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라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에는 출전한 적이 없지만 태권도의 종주국임을 자부해왔다. 고(故) 최홍희씨가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설립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부터 '태권도' 휘호를 받은 1955년을 북한 태권도의 기점으로 삼았는데, 이에 따라 올해를 '태권도 70주년'이라고 주장하며 기념하고 있다. 최씨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과 갈등을 빚다가 캐나다로 망명했고, 최씨가 북한에 태권도를 전수하면서 북한이 ITF를 이끌게 됐다. 한국은 이후 대한태권도협회를 세우고, 세계태권도연맹(WT)을 결성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태권도에 대한 애착을 수 차례 드러내왔다. 집권 초부터 평양 태권도전당 인근에 태권도성지관을 추가로 건립했고 2019년 학생소년궁전 태권도소조실에 TV와 의자를 설치했다. 2015년에는 '온 나라 태권도화'라는 선언을 내리며 태권도를 북한 체육의 핵심 종목으로 강조했다.
해외에 북한 태권도를 알리려는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김명근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태권도시범단은 지난 4월 베트남에서 열린 무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시범 출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5년 만에 대규모 관광객을 받는 북한 여행상품에는 태권도 공연이 빠지지 않고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보다 먼저 유네스코 본부에 태권도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김 위원장이 태권도에 대해 애정을 쏟는 것은 체제에 대한 불만을 스포츠로 돌리고 국제사회에도 건강한 북한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주국으로 공인받게 된다면 수련자들에게 단증을 발급하거나 종주국을 방문하게 함으로써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태권도를 국제사회에서 공인받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스포츠도 일종의 외교 영역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한국의 태권도가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치러지는 태권도 경기는 한국식 태권도의 형식이 주로 반영돼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스포츠가 비정치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했어도 교류하는 데 부담이 덜 할 것이고 틈새가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북한은 자신들의 태권도가 공인받기를 원하고 있고, 경쟁하는 것보다 상호협력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여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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