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 트럼프, 공 내세우며 갈등 중재자 자처
G7 이탈 후 이란에 '2주 시한' 제시하며 조정
22일 이란 포르도 등 기습 공격… 휴전 국면
베냐민 네타냐후(왼쪽부터) 이스라엘 총리,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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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쟁'의 첫 신호탄은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한밤중 중동 내 최대 전략 경쟁국인 이란을 선제 공습하면서 터졌다. 15일 미국과 이란 간 제6차 핵 협상을 앞두고 기습 공격에 나선 것이다. 작전명은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s)'였다.
이날 새벽 공군기 200대를 동원해 이란 내 100여 곳에 330개가 넘는 탄약이 쏟아지면서 수도 테헤란은 물론 나탄즈 등 우라늄 농축 시설과 미사일 생산기지, 혁명수비대 본부 등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란군 참모총장 및 핵 과학자 등 78명이 사망하는 한편 320명이 부상을 당했다.
군 핵심 수뇌부를 잃은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선언했다. 곧바로 미사일 100여 대로 보복 공격을 개시하자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에 대비해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도 이를 방관하는 듯한 태도였다.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등 크고 작은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이란은 15일 오만에서 예정됐던 미국과의 6차 핵 협상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공습을 멈추지 않는 한 협상은 불가하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제거 계획을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이 시작됐으며 필요한 만큼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한 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해가 뜨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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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압도적 화력 속에 이란이 미사일을 쏘며 반격하던 전쟁 양상에 변화가 보인 것은 17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한 후 조기 귀국해 곧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등 결정적 무기를 지원하거나 공습에 동참하는 등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무조건 항복하라!"며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촉구했다. 20일에는 이란에 최대 2주의 협상 시한을 줬다.
그러나 이는 연막 작전이었다. 22일 감행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국면은 완전히 전환됐다. 공습 확인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B-2 폭격기 6대가 투하한 벙커버스터 12발에 이란의 핵 물질 생산 능력은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거론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란은 23일 미국에 미리 통보하고 카타르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하는 등 '약속 대련'을 주고받는 수준에 그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선언'이 나왔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한 그는 7시간 후인 24일 트루스소셜에 "휴전이 이제 발효됐다. 제발 이를 위반하지 마라!"고 썼다. 두 나라 정상도 휴전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급격히 고조됐던 중동 내 군사적 긴장은 12일 만에 수습되기 시작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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