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퇴직 고민 46%..."사기 이렇게 깎아서야"
균형발전 원칙 흔드는 부처이전 여권은 침묵
"대계 정치인 없고, 권력 천착하는 정치꾼만"
최민호 세종시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해양수산부 정문 앞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은 옳지 않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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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방 선거 때문에 나라를 팔아먹어요? 해수부 부산 이전은 해수부를 위해서도,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옳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 출신 전재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 해수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최민호 세종시장이 1인 반대 시위에 나섰다. 공론화 등 납득할 만한 절차 없이 추진되는 부처 이전에 해수부 직원은 크게 반발하고 있고, 사태에 무기력하게 있거나 이전에 되레 힘을 실은 여권 정치인에 대한 원성도 고조되고 있다.
최 시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앞에서 기자와 만나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고, 해양산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면 해수부의 예산과 인력을 늘려서 부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는 것은 해수부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깎아 먹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캐나다 등이 북극해 항로 개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에즈운하 대비 유럽-아시아 운송 거리를 40%가량 줄일 수 있는 항로다.
해수부 직원 86%가 부산 이전에 반대하고, 이전한다면 46%가 이직, 퇴직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해수부 공무원 노조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한 최 시장은 “해수부 공무원의 사기를 올려줘도 부족할 판에 내년 선거에 눈이 멀어 이런 짓을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연내 부산 이전 추진은 내년 6ㆍ3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최 시장을 격려 방문한 장종만 해수부 노조 사무총장도 “공론화 절차도 없고, 해수부 기능이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일단 부산으로 옮기고 보자는 계획에 내부 반발이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그는 “조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산업자원통상부의 선박, 조선 기자재, 미래선박 기술 등의 업무가 해수부로 이관돼야 할 것”이라며 “또 인구가 320만 명이나 되는 부산에 600명 수준의 해수부 직원이 이주한다고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앞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장종만 해수부 노조 사무총장이 최 시장을 격려하고 있다. 세종=정민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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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장은 해수부 경쟁력 강화와 국정 효율을 위해 해수부는 세종에 다른 부처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와 허브 항구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항로 개설 과정에서 외교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력을 통한 국제무대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라며 “그렇다면 대통령과 가까운 세종에 남아 여러 부처와 긴밀하게 협의를 해야 하는데, 부산에 해수부 혼자 뚝 떨어져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현 세종시의회 의원의 ‘다 가지려고 하면 배불러서 큰일 난다. 세종이 모두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최 시장은 “세종시의 출범 취지, 실질적인 행정수도 완성으로 수도권 집중을 막고, 그를 통해 실현하려는 국가 균형발전의 대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해수부 이전은 부산의 문제도, 세종의 문제도 아닌 국가의 문제다. 시각을 세계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의원과 함께 강준현(세종을) 의원 등 지역 여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 여론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선거 때 이구동성으로 행정수도 완성과 그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던 이들이 행정수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납득할 만한 절차 없이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 의원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뜻을) 다 전달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시위) 할 일은 아닌 것 같고, 내부적으로 내 개인적인 의사를 (국정기획위원회에) 다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해수부 부산 이전 이야기가 나오니 기후에너지부 전남 유치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가의 대계를 보는 정치인은 없고, 개인의 이익과 권력에 집착하는 정치꾼이 설치면서 균형발전 수단으로써 행정수도 완성이란 대전제가 무너지고 있다”지적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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