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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부실 폭증에 상각 '11배'↑…인뱅 사업자대출 리스크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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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인터넷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1개월 이상) 상각액 추이/그래픽=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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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은행들이 지난 1년 새 개인사업자대출 연체 상각액을 최대 10배 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대출에서 부실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면서다. 하반기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영업이 제한되는 가운데 대안으로 삼은 개인사업자대출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대출 연체(1개월 이상) 상각액은 31억9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2억8200만원)와 비교하면 11배가 넘는 증가폭이다. 케이뱅크도 같은 기간 74억100만원을 상각해 지난해 1분기(13억원) 대비 6배 가까이 늘었다.

    두 은행 모두 지난해 연간 상각액의 70% 이상을 올해 1분기에 털어냈다. 분기별 상각액의 흐름을 봐도 상각 규모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와 상각 규모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각액을 늘리면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낮아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32%, 케이뱅크는 1.38%로 전 분기보다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연체채권을 회계상 제거한 데 따른 수치일뿐 오히려 이를 유지하려면 대손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예상이 뒤따른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체율이 외부나 언론에 노출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이다 보니 1분기에 부실채권을 상매각 형태로 집중 정리했다"라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개인사업자 쪽에서 발생한 연체가 이번에 더 크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토스뱅크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22년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대출 시장에 진입한 토스뱅크는 낮은 금리와 간소한 심사 절차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으나 그만큼 부실 리스크도 빨리 마주했다. 토스뱅크의 연체 상각액은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1분기에도 255억원에 달한다.

    대출이 늘면 부실도 함께 늘 수 있다는 건 일반적인 전제다. 하지만 이들 인터넷은행은 부실 증가의 속도가 자산 성장 속도를 앞질렀다.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대출을 2배 늘리는 사이 고정이하여신은 3배 증가했다. 케이뱅크도 대출잔액이 1.3배 느는 동안 부실은 2배 확대됐다.

    결국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 영역을 가계대출 대신 '미래 먹거리'로 삼은 전략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인터넷은행권 내부에서도 마땅한 성장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우려가 들린다. 실제 토스뱅크는 2023년 6월 이후부터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을 줄이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여건도 녹록지 않다. 정부는 최근 가계대출 전반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내놓으면서 하반기 은행권 대출 총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중저신용자 30% 기준까지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는 주담대마저 제한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 인터넷은행 임원은 "건전성 기준은 대형은행들만큼 지키면서 주담대 영업은 못 하고, 취약차주 대출은 늘리라고 하니 충돌되는 규제가 너무 많은 상태"라며 "은행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이런 환경이라면 아무리 보증서로 담보율을 높인다고 해도 개인사업자 시장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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