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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검찰개혁, '조서 수사' 회귀 우려…진실 발견 저해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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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익구 변호사, 형사소송법학회 학술대회 토론

    "수사-기소 분리는 수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

    '조서수사' 회귀 우려…공판중심주의 역행 지적

    "수사 지연·공소 기피 부작용 예방 지혜 모아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되는 법안들이 해외 입법례에 대한 편향된 해석과 수사·기소의 본질적 관계를 간과하고 있다.”

    4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개최된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하계학술대회 및 현안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선 최익구(변호사시험 2회) 서울동부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 법안들이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법치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변호사는 이날 토론을 통해 실체적 진실 발견 저해 등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짚었다.

    이데일리

    최익구 서울동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


    최 변호사는 ‘수사-기소 분리’ 논의의 근거로 제시되는 해외 입법례 해석에 대한 혼란을 꼬집었다. 그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보장하는 국가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견해와 검사의 직접 수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거나 사실상 다른 수사기관을 통해 이뤄진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음을 지적하며, 언론 보도에서도 해외 사례에 대한 해석이 정반대로 나뉜다고 언급했다.

    그는 “비교법적 검토를 할 때 검사의 직접 수사에 대한 근거 규정이 존재한다면 일응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새겨야 할 것”이라면서도 “법을 공부할 때 결론을 내려놓고 논거를 짜맞추는 태도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에 대한 중요한 입법을 하기 전, 학계와 실무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고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수사와 기소 유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체적 진실 발견 저해·‘조서 수사’ 회귀 등 우려

    수사의 개념 자체가 ‘공소를 제기하기 위한 증거 수집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한 최 변호사는 공소 제기와 수사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수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사가 공소 제기 및 유지의 준비 행위라는 성격을 지닌다고 볼 때, 기소 여부 결정을 위한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염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사과정에서의 검사가 다른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만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라는 주장은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소장에서 공소사실의 특정은 필수적이며, 절도 피해품이나 폭행 행위태양 등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송치된 기록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간단한 사안은 직접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현실적이라고 강조하며, 현행 수준의 절차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의 작위적인 분리가 검사가 조서와 수사보고서에만 의존하게 되는 ‘조서 수사’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강화를 통해 ‘조서 재판’을 극복하려는 현행 형사재판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물적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인적 증거를 통한 합리적인 물적 증거 확보 범위 설정이 오히려 사건 관계인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통해 다른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물적 증거 수집 시도를 통제할 수 있지만, 기록에만 의지해 통제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소청·중수청 설치 법안, 신중한 검토 필요”

    최 변호사는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수사’ 등을 삭제한 것에 대해 공소 제기 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수사까지도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검찰청법상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에 대해 검사에게 부여된 객관의무가 사라지는 것인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더라도 제출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공수처 검사, 특별검사, 군검사 등 다른 검사들은 모두 수사권을 보유하는 반면, 검찰청(또는 공소청) 검사만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체계정합성 측면에서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경찰공무원 및 공수처 소속 공무원의 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권 배제도 입법 미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별도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두는 실익이 낮다는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의 주제발표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국수본이 ‘8대 중요범죄’ 수사까지 담당할 경우 기능이 지나치게 거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대범죄의 경우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공판검사가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공소 유지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수청을 신설하더라도 수사와 기소의 유기적인 관계를 고려해 법무부 소속의 외청으로 두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및 재수사 요청 권한마저 금지되거나 삭제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처벌의 확실성 강조 추세…수사 지연 및 공소 기피 ‘우려’

    최 변호사는 형사 변호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경제범죄 사건 등에서 공소 제기가 늦어져 증거 조사가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언급하며, 적정한 시기 내의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검사가 기소 역할만 담당하게 될 경우, 서류로 본 기록만으로는 유죄의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나 공소 제기가 소극적으로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법경제학 연구에서 처벌의 강도보다 처벌의 확실성을 더 강조하는 추세임을 언급하며 “난도 높은 사건의 수사가 지연되고 공소 제기를 기피하는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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