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조약 무효… 판결 이행 의사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을 통해 공유된 이미지. 모스크바=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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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권재판소(ECHR)가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국제 법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판결"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다만 러시아에 배상 등 강제조치를 취할 방법은 없어 상징적인 결정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ECHR 재판부는 9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광범위하고 노골적인 인권 침해를 벌여 유럽 협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러시아는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인권을 침해했다"며 러시아가 △무차별적인 군사공격 △민간인과 전쟁 포로에 대한 처형·고문·강간 △불법 구금 △언론·종교 종사자 박해 △사유재산 약탈·파괴 △조직적인 아동 강제 입양 등 유럽인권협약을 어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CHR 재판부는 전쟁 초기인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공에서 벌어진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건에서도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내 친러 반군 점령지에서 발사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이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보잉 777기를 격추해 탑승자 298명이 목숨을 잃었다.
ECHR은 유럽인권조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재판소로, 조약에 가입한 46개국에서 벌어진 인권협약 위반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갖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5월 유럽인권조약을 탈퇴했지만 ECHR 재판부는 이미 소송이 제기됐고, 탈퇴 이전에 벌어진 범죄에서도 관할권이 있다고 보고 재판을 이어왔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러시아에 배상 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미 유럽인권조약을 탈퇴한 상황에서 국제법상으로 러시아의 행동을 강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2022년 국제사법재판소(ICJ)도 러시아에 군사활동을 즉시 중단하라는 임시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 전투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이번 재판이 무효라면서 불복을 시사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인권) 규정이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판결을 이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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