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꿔주기에 쓰인 [꾸다] 동사의 활용을 익히다 난감한 질문을 만났습니다. '과연 꿔주기는 말법을 제대로 따른 것인가' 하는 겁니다. 꾸다+주다 → 꾸어주다 → 꾸어주기 → 꿔주기, 변화일 텐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어법에 어긋납니다. 꾸이다(뀌다. '꾸다'의 사동형)+주다 → 뀌어주다 → 뀌어주기가 맞는다는 겁니다. 근거요? 여기 갑니다. 아직 어린 탓에 제힘으로 옷을 갈아입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 아이들 옷을 벗어줄까요, 벗기어(벗겨)줄까요? 입어줄까요, 입혀줄까요? 또, 밥은 먹어줄까요, 먹여줄까요? 머리는 감아줄까요, 감겨줄까요? 잠은 자(어)줄까요, 재워줄까요? 그렇습니다. 벗겨주고 입혀주고 먹여주고 감겨주고 재워줍니다. 꾸어주지 않고 뀌어주는 게 규범표기인 이유입니다.
'뀌어주다' 뜻풀이 갈무리 |
타당한가요? 나름대로 논거를 옮겼지만 찜찜함이 남습니다. 세 가지가 걸려서입니다. 암만해도, 사람들은 열이면 열 '니가 그이한테 돈 꿔줬어?' 하지 '… 돈 뀌어줬어?' 하지는 않는다는 게 첫째입니다. 돈 따위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빌려준다는 뜻의 [뀌어주다]는 사전에는 올라가 있지만 쓰임새가 신통치 않습니다. 꾸다의 사동형 뀌다를 잘 안 쓰기도 하고요. 뀌다는 방귀 뀌다 할 때나 쓰입니다. 둘째는 어떤 조건에서는 [꿔주다]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서) 꾸어서 (네게) 주겠다] 하는 뜻이라면 말입니다. 하지만 의원꿔주기에서처럼 일상에서 언중이 쓰는 꿔주기는 그런 뜻이 아니므로 애초에 잘못된 표현이 맞습니다. 그래서요, 이제 와 의원꿔주기를 의원뀌어주기로 하자고요? 늦었지만 바로잡아야 하지 않느냐고요? 그게 셋째입니다. 의원꿔주기는 역사적으로 굳어진 말입니다. 존중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바꾼다 해도 음절을 줄이고 주체를 바꿔서 의원꾸기라 할 겁니다. 말법 하나에서도 이치를 캐고 또 캡니다. 그 과정 자체가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줍니다. 그런 것이 단단해져 사리(事理)를 따지는 힘이 강해지면 아무리 큰일이라도 멀쩡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자연치유일보, [엄민용 '우리 말글 산책'(14)] 꿔준 돈은 돌려받지 않는 게 도리다 (입력 2019.09.14 12:00) - https://www.swritingworks.com/news/articleView.html?idxno=651
2. KBS 바른 우리말 '뀌어주다' - https://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learnkorean&id=&board_seq=230522&page=121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뀌다'라는 단어는 방귀에만 쓰나요?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61&qna_seq=311985&pageIndex=1&searchCondition=&searchKeyword=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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