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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승려들과 성관계해 164억 벌었다” 불교의 나라 태국, 스캔들에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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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여성, 승려 10여명과 성추문

    조선일보

    태국의 불교계 섹스 스캔들의 중심 인물인 윌라완 엠사와트(왼쪽). 오른쪽은 스캔들에 연루돼 승단을 떠난 한 고승./더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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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90%가 불교를 믿는 태국에서 유명 사찰 주지를 비롯한 다수의 고승(高僧)이 연루된 성추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스 골프’라는 별명의 윌라완 엠사와트(35)라는 여성이 고위 승려 10여 명과 성관계를 맺으며 3년 동안 3억8500만바트(164억원)를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최근 나타났다. 불교를 정신적 기반으로 신봉해온 태국 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태국 경찰은 지난달 방콕의 한 유명 사찰 주지가 돌연 잠적했다는 첩보를 듣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이 주지는 윌라완과 애인 관계였다. 윌라완은 자신이 임신했다고 주장하며 780만바트(약 3억3400만원)를 요구했다. 주지가 이를 거절하자 윌라완은 다른 승려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주지는 라오스로 도피했다.

    태국 경찰이 압수한 윌라완의 휴대전화 5대엔 윌라완이 9명의 사찰 주지 등 고승과 성관계를 맺는 동영상·사진 8만 건이 있었다고 한다. 일부는 승복을 입은 채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윌라완은 경찰 조사에서 “승려 대부분이 금품 요구에 순순히 응했고, 유혹하기도 쉬웠다”고 진술했다. 태국 경찰은 윌라완이 ‘돈을 주지 않으면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상당한 금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윌라완과 관계를 맺은 승려 중 9명의 승적은 즉각 박탈됐다. 상좌부 불교를 믿는 태국 불교의 계율은 대승 불교 전통의 한국·중국·일본보다 훨씬 강하다. 승려는 철저히 독신 생활을 해야 한다. 비구(남성 승려)는 인간 여성은 물론, 암컷 동물과도 신체 접촉을 하면 대죄(大罪)를 저지른 것으로 본다. 심지어 승려 본인의 어머니·할머니가 건네주는 음식이나 약품을 만지는 행위마저 부정하다고 간주한다.

    영국 더타임스는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승려들의 스캔들은 드물지 않지만, 이번 사건은 연루된 승려들의 연륜을 봤을 때 이례적”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 방콕포스트는 불교계에 “승복을 입고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승려가 되었는가”라며 “최고위층 승려들의 거짓말과 위선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불교는 전통적으로 여성을 영적 순수성을 위협하는 적(敵)으로 묘사했다”며 “이제는 승려들의 도덕적 타락이 명백한데도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승려들은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했다.

    태국에선 존경받는 계층인 승려들의 섹스·뇌물 스캔들에 민심이 동요하자 태국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왕까지 나섰다. 태국 당국은 승려 30만명의 신원과 범죄 전력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품탐 웨차야차이 총리 권한대행은 사찰 재정 투명성 제고 등 규정 강화를 지시했다. 태국 국회는 ‘승려와의 성관계’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법률 입안에 착수했다. 태국 국왕 라마 10세는 승려 81명의 왕실 직위와 예우 경칭을 박탈하는 칙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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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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