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 "버티면 강제로 끌어내려야"
정권 교체 우려에 퇴진론 주춤할 수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이튿날인 2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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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이 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버티기' 선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참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새 총재를 선출해 새출발하려 했지만, 이시바 총리가 버티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당 내부에선 이시바 총리를 강제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자민당 인사들은 이시바 총리의 유임 의사 표명에 반발하며 '이시바 책임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참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은 목표로 한 '여당 50석 확보'에 실패하며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포문을 연 것은 그간 이시바 총리와 거리를 둬 온 인사들이었다. 자민당 내 유일한 계파인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전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전날 도쿄 도내에서 만나 "누구도 (선거 패배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면 당을 향한 비판이 커질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자민당 총재 자리를 두고 이시바 총리와 경쟁한 고바야시 다카유키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두 차례 선거(중·참의원)에서 대패했다. 당의 수장으로서 책임의 무게를 인식해 달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자민당 고치현 지부는 당 본부에 총리 퇴진을 건의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당내에선 이시바 총리를 향해 '권력을 놓지 못하는 (총리)관저병에 걸렸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장관이 지난달 10일 도쿄 도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지지·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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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와 비교적 가깝고 내각에서 장관도 맡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장관마저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22일 각의(국무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총리는 목표로 한 50석, 참의원 과반 유지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부에선 '이시바 총리를 강제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민당 당규에는 '총재 리콜 규정'이 있다. 국회의원과 47개 광역자치단체별 지부 대표의 과반이 요구할 경우 조기 총재 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 장관을 지낸 당 인사는 요미우리에 "총리가 버티면 이 규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이 규정을 근거로 조기 총재 선거를 실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시게루(가운데) 일본 총리 겸 집권 자민당 총재가 참의원 선거가 실시된 20일 도쿄 당사 개표 본부에서 당선된 후보 이름에 꽃을 달고 있다. 도쿄=지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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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민당이 처한 상황 탓에 시간이 지나면 퇴진론은 사그라들 수 있다. 보통 중의원 1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에 지금까지는 자민당 총재가 자연스레 총리가 됐다. 그러나 현재 자민당은 중의원에서도 소수 여당 신세다. 야당이 국회 총리 선출 투표에서 의기투합해 '야권 후보'를 밀 경우 자칫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10월 총리 선출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는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지원사격 덕분에 가까스로 총리에 선출됐다. 아사히신문은 "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움직임은 강해질 것으로 보이나,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이시바 총리를 그만두게 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짚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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