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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리더는 없고 강성만 득세... 국힘에 엄습한 '자유한국당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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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책임 정치 실종 ②극단적 주장 ③20% 지지율
    "당심 민심 괴리 해결… 당내 개혁 세력 뭉쳐야"


    한국일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날인 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인근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영장 기각 촉구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영장 기각을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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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정당 암흑기였던 자유한국당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정치인

    대선 패배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민의힘에서 '어게인 자유한국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불법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 이후 자중지란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년간 침체기에 빠졌던 자유한국당의 끝없는 추락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어서다. 대선 이듬해 지방선거, 그리고 3년 뒤 총선이라는 타임테이블까지 그때와 판박이다. 자유한국당은 잇따른 선거에서 연거푸 3연패를 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문제는 8년 전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당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끊어내며 출발했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여전히 붙든 채 민심이 바라는 쇄신과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의 침체기는 보수 정당에서도 대표적인 '흑역사'로 꼽힌다.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그때와 3가지 포인트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

    먼저 ①대선에서 패배한 대선 후보가 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상황이다. 2017년 3월 대선에서 참패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그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되며 당을 다시 이끌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가 또 한 번 당의 간판으로 나선 것이다. 다만 반성도, 쇄신도 약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으로 새 물길을 틀 때도 "위장평화쇼"라는 대안 없는 비판으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도 다르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참패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총통 독재 폭주를 막겠다"며 당권 도전에 나섰다. 다만 대선 패배 결정타가 됐던 '윤석열 절연론'과는 여전히 선을 긋지 못하며 퇴행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②강성 당심을 노린 극단적 주장이 횡행하는 모습도 반복되고 있다. 8년 전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발하는 태극기 세력의 득세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등 극우 논란으로 민심과 멀어졌던 것처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는 전한길씨로 대표되는 불법 계엄 옹호, 부정선거 음모론 등 극우화 경향성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강경 주장에 편승하려는 정치인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2019년 한국당 전당대회 땐 김진태 강원지사가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고 출마를 했었는데, 이번엔 친윤석열계 주류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장동혁 의원이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에 발맞추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황교안(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제3차 범국민투쟁대회에 참가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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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심과 당심이 괴리되면서 ③당 지지율이 20%대에 고착화된 것도 유사한 흐름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민주당이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동안 한국당은 20%대 언저리에 머물렀다. 극우화 논란이 컸던 2019년엔 20%대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힘 역시 대선 패배 이후 10%대까지 고꾸라졌다. 이달 17일 발표된 7월 3주차 여론조사(15~17일 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선 20%대도 무너져 19%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진짜 악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한국당 이름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는 '전패'였다. 2018년 지방선거 때 한국당은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졌고, 미래통합당 당명으로 치러진 2020년 총선에선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지켰을 뿐이다. 국민의힘은 이후 '민심'을 앞세운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선 이후에야 2021년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당 일각에선 상황이 "그때보다 안 좋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홍준표 전 대표 시절엔 적어도 박근혜 옹호는 하지 않았다. 태극기 세력도 소수였다"며 "오히려 지금은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주류이지 않나.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총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이라,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 국민의힘은 고쳐쓰기 힘든 수준"이라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분당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국민의힘이 제대로 환골탈태하려면 당내 개혁 세력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년 전 보수의 암흑기를 경험한 한 전직 의원은 "그땐 개혁세력이 바른정당 분당 등으로 외부에 있을 때라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며 "안철수, 오세훈, 유승민, 한동훈 등 절윤 의지를 가진 인사들이 당내에 있는 만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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