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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이창용 vs 김용범, 스테이블코인 누구 말이 옳을까 [이영태의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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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 "우리가 능동적 설계자 될 절호 기회"
    李 "통화·외환·조세정책 모조리 흔들 것"
    원화 코인 성공 가능성 두고도 의견 분분
    무서워 아무것도 안 하면 영영 기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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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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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경제·금융 분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탁월한 식견을 갖춘 브레인이다. 학자(이 총재)와 관료(김 실장)로 출발은 달랐지만 학구적 스타일의 두 사람은 걸어온 길에 공통분모가 꽤 많다. 서울대 경제학과 1년 선후배(이 총재 80학번, 김 실장 81학번)로 이 총재는 하버드대에서 김 실장은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을 비롯해 국제기구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김 실장 또한 세계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8년 시차를 두고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자리 바통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 요즘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매우 뜨거운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슈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 입성 후에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직전까지 가상자산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로 재직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과 법제화를 적극 주창해왔다.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최전선에 있던 그를 정책실장으로 임명하자 증시에선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들이 '김용범 테마주'로 엮여 급등했을 정도다.

    반면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매우 신중하다. 중앙은행 고유 권한인 화폐 발행권을 민간이 넘보는 것이니 당연하다. 자칫 통화정책은 물론 외환정책과 조세정책까지 뒤흔들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연일 쏟아낸다. 두 사람의 시각은 적극적 도입론자와 신중론자의 의견을 대표하는 측면이 강하다. 과연 누구의 생각이 옳은 걸까.

    ◇왜 스테이블코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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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물_스테이블코인 현황


    스테이블코인이 뭔지부터 짚고 가자.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가상자산(암호화폐)의 하나라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가상자산은 가격이 요동을 친다. 만약 물건을 사고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한다면 오늘과 내일 가격이 다르니 업체나 소비자 모두에게 엄청난 리스크다.

    스테이블코인은 명칭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화폐(coin)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에서 가격 변동성이라는 리스크를 제거하고, 실제 화폐처럼 쓸 수 있게 만든 디지털 코인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법정화폐에 가치를 1대 1로 연동해 발행된다. 달러 연동 코인이라면 1개의 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되는 식이다. 소유자가 발행사에 코인을 제시하면 언제든 달러로 환전이 가능하다. 당연히 실생활에서 결제나 송금, 정산 등에 활용되기 훨씬 유리하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가히 폭발적이다. 작년 스테이블코인 연간 송금액은 총 27조6,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경 원에 육박한다. 놀라운 건 글로벌 카드 결제사인 비자, 마스터카드의 연간 결제액(23조8,000억 달러)을 넘어서는 금액이라는 점이다. 국내 수요도 팽창한다. 올해 1분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오간 달러 기반 코인 규모는 57조 원이다. 월 20조 원에 육박한다.

    왜 사람들은 굳이 법정통화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걸까. ①빠르다. 전통적인 국제 송금은 국제금융결제망(SWIFT)을 거치는데 통상 2, 3일 걸린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몇 초, 길어야 몇 분이면 가능하다. 당연히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에 매우 유용하다. ②싸다. 은행을 통한 송금은 환전과 송금 수수료가 만만찮다. 작년 2분기 은행 송금 수수료율이 13.6%였다. 스테이블코인은 환전이 필요 없고, 수수료도 매우 낮다. ③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동남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전통적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곳들이 많다. 콜롬비아 식당에서는 음식 가격이 자국 통화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으로 표시돼 있다고 한다. 인터넷상에서 월렛(지갑 주소)과 월렛 사이에서 코인이 오가는 구조여서 은행 계좌가 없어도 된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 가족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송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가지 선택지 : 은행 기반이냐 자본시장 기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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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강남구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에서 코인 시세 그래픽 위 유리 바닥에 비트코인 모형이 놓여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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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세는 ‘자산 기반’이다. 달러나 국채, 금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된다. 소유자가 발행사에 코인을 제시하면 언제든 달러로 환전이 가능하다. 별도 담보 없이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해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있지만, 이름과 다르게 ‘스테이블’하지 않다. 2022년 대폭락 사태 충격을 부른 테라-루나가 알고리즘 기반이었다.

    ‘자산 기반’은 다시 ‘은행’을 기반으로 하느냐, ‘자본시장(민간)’을 기반으로 하느냐로 나뉜다. 은행 기반 코인은 발행 주체를 은행이나 계열 금융기관으로 한정한다. 반면 자본시장 기반은 핀테크 등 민간기업들이 직접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 모두 자본시장 모델이다.

    김 실장과 이 총재의 견해가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한 사람(김 실장)은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에 포커스를 맞추는 반면, 또 한 사람(이 총재)은 ‘안정성’에 훨씬 더 무게를 둔다. 김 실장은 자본시장 기반 코인 육성이 우리나라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능동적 참여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보지만, 이 총재는 은행 기반 코인부터 아주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업계에 몸을 담았고, 이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지는 중앙은행 총재이니 자리가 주는 시각 차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창용 ”비은행 허용 시 19세기 혼란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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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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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본인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원화 코인 자체에는 동의를 하지만 발행권을 은행에만 엄격하게 부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비은행기관에까지 발행을 허용한다면 민간화폐가 봇물을 이뤘던 19세기처럼 큰 혼란을 부를 것”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썼다.

    이 총재의 우려는 이렇다. 통제되지 않는 새로운 통화가 생겨나고 해외로 마구잡이로 빠져나가면 통화정책도 외환정책도 무력화될 수 있다. 만약 대규모 환매가 일어나는 ‘코인런’이 발생하면 금융시스템 안정도 급격히 해칠 수 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는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특히 자금세탁, 테러자금 등 불법 행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병목 한은 금융결제국장의 부연은 이렇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달리 국내 기업이나 개인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할 때 감독당국이 외환관리법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규제 사각지대인 비은행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되면 법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거죠. 결국에는 의도하지 않는 외환자유화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앞의 3가지에 더해 ④은닉이 쉽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전통적 금융권이나 연구기관에 몸담아 온 이들은 한은 견해에 동조한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시스템 안정과 통화 정책을 최우선에 둬야 할 한국은행으로서는 당연한 고민”이라며 “거래소에서 이뤄지지 않는 월렛과 월렛 간 코인 이동은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한은이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우려를 넘어설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한은도 어떻게 하면 모니터링과 규제를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지 계속 위험하다고 반대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의사결정을 하자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관리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범 “혁신 없이 시장 주도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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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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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이던 김 실장은 연구자들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리포트를 냈다. 제목이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가자는 담대한 내용이다. 직접 쓴 리포트 서문을 보면 김 실장이 왜 ‘자본시장 기반 코인’을 강력히 주창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은행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다면 안정성은 있겠지만 △확장성도 없고 △기술혁신은 쉽지 않고 △글로벌 연동성도 떨어진다고 단언한다. 김 실장은 이렇게 묻는다. 단순한 ‘규제 허용자’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디지털 통화 질서를 공동 설계하는 능동적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민간에 발행을 허용하면 어떤 혁신이 가능한 걸까. 리포트 작업에 참여했던 강희창 포필러스 공동창업자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카카오페이가 나오기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잖아요. 하지만 각종 편의기능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수요까지 창출하고 있죠. 은행과 민간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차이는 그런 겁니다.”

    물론 은행이 아닌 민간에게까지 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경우 감시망이 뚫릴 수 있다는 경고를 너무 가볍게 흘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인프라기업 DRV랩스 서병윤 미래금융연구소장은 이런 반론을 편다.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 기반 코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돼요. 모든 거래를 굉장히 투명하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죠. 기존 외환관리시스템과 이 새로운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통합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 거예요.”

    김용범 실장은 보고서에서 이를 ‘신뢰는 구조로 만들어진다’는 말로 설명한다. △준비자산은 매일 공개되는 데이터로 자동 검증되고 △자산이 부족하면 발행이 차단되며 △상환 요청이 들어오면 1대 1로 바로 상환될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믿어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믿을 이유’를 시스템 안에 아예 설계해 둔다”는 주장이다.

    ◇’원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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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물_미국 지니어스법 주요 내용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미래가 창창하다’는 것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또한 밝다’는 말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지금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테더(USDT) 서클(USCD) 등 달러 코인이다. 전체 유통량의 99.6%다. 글로벌 결제의 40~50%를 점유하는 달러의 지위와 비교해도 극단적 독점이다. 유로, 엔 코인도 맥을 못 추는데 하물며 원화는 기축통화도 아니다. 은행이 됐든 민간이 됐든 원화 코인을 만든다 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정두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이 없기 때문에 제1 기축통화인 달러에 연동하는 코인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원화 코인이 존재감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달러 코인이 초기 시장을 선점해서 그렇지 다른 통화 기반 코인도 수요처를 잘 찾으면 얼마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 전망도 있다. 전문가들이 많이 예로 드는 것이 K콘텐츠 시장이다. “예를 들어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의 K팝 팬덤층들이 국내 엔터사 사이트에 들어와서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없어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코인으로 바꿔 낮은 수수료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상당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서병윤 소장)이란 얘기다. 꼭 엔터 영역만은 아니다. 전자제품, 의류, 화장품 등에도 얼마든 활용이 가능하다.

    미국은 겹겹의 규제를 둔 '지니어스법'을 막 통과시켰다. 스테이블코인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제도권 금융에 편입시켰다. 균열이 생기고 있는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를 만드는 1석 2조 효과를 노린다. 유럽은 무려 4년 넘게 공을 들여 만든 가상자산 규제법(MICA)을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모두 스테이블코인 산업이 미래 산업이 될 거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국내 법안을 밀어붙일 건 아니다. 홍콩처럼 규제샌드박스(규제 제외 특례)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단 예외적으로 문호를 터주고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규제의 방향을 잡아나가면 된다. 민간에 주도권을 주되 은행과 손을 잡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김 실장과 이 총재, 어느 한쪽의 시각이 100% 옳을 순 없다.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더라도 탄탄한 규제가 바탕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분명한 것은,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영영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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