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도 나란히 15%로 낮춰…천문학적 투자 약속
EU "의약품도 15%"에 美 "합의 없어"…일부 품목관세 합의 이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EU에 대한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한 무역 협상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25.7.27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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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 15%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대미투자와 함께 미국산 에너지·무기 구입을 약속하는 등 EU와 일본의 합의는 여러 모로 비슷한 패턴이 관찰된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무역흑자를 보는 등 한국과 유사한 교역 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선 이들이 얻어낸 관세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주어진 동시에 이들이 이를 얻기 위해 양보한 것들도 집중 분석할 필요가 있다.
日·EU, 상호관세 및 車 관세 15%로 인하
미국과 EU의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0%의 관세를 위협하고 이에 EU는 8월 1일까지 합의 불발시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 EU에 20%의 상호관세를 매겼고 이어 8월 1일 시한을 못 박은 최근의 '관세 서한'에선 30%를 통보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선 당초 24%를 예고했다가 이달 관세 서한에선 1%포인트 올린 25%를 제시했다. EU와 일본 모두 이를 15%로 합의했다.
상호관세와 별개인 자동차 관세는 지난 4월 3일부터 25% 추가 부과 중이다. 자동차가 핵심 수출품인 일본과 EU는 '품목별 관세 인하는 없다'는 미국을 설득해 자동차 세율(기존 2.5%+25% 추가 관세)을 현행 27.5%에서 15%로 낮췄다.
앞서 영국은 지난 5월 미국과의 합의에서 영국산 자동차 관세를 10%로 낮추긴 했지만 이 합의엔 '연간 10만 대'라는 수량 조건이 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23일(현지시간)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양국 무역협상을 타결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재판매 및 DB금지) 2025.7.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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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일본도 천문학적 에너지 구매·대미 투자
EU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미국산 에너지를 7500억 달러(약 1037조 원) 구매하기로 했다. 또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30조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EU는 에너지 구매에 대해 3년 간 나눠 2500억 달러씩 구입한다고 했다.
EU 측은 미국에 포괄적인 투자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투자 시기와 분야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의 경우 55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일본이 반도체·의약품·철강·조선·핵심 광물·항공·에너지·자동차 AI(인공지능)·양자컴퓨팅 등 9개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국제협력은행(JBIC)과 일본무역보험(NEXI) 등 정부계 금융기관이 최대 5500억 달러 규모의 출자나 융자, 융자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은 "미국은 투자로 얻은 이익의 90%를 가져간다"고 하지만, 일본 측은 대상으로 하는 것은 투자의 일부인 "출자에만 국한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일본 역시 LNG 등 미국산 에너지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구입 및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LNG 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검토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일본이 합작 법인으로 알래스카 LNG 개발에 참여한다고 했다.
일본과 EU, 미국산 방위장비 구매도 확대
EU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방위 장비 구입"에 합의했지만 액수 등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국과 EU 간 합의에선 아직 유럽 농산물 시장 개방 내용은 알려진 게 없다.
일본의 경우, 이밖에 △보잉사 항공기 100대 구매 △쌀 구입 75% 확대 △바이오 에탄올이나 대두, 옥수수 등 농산물 및 기타 제품 80억 달러 구입 △미국 기업 관련 방위지출을 연간 140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로 인상 등도 담겼다는 게 미국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쌀을 제외한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 확대에 대해 일본 측 발표는 없었다.
방위 지출 확대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미 결정한 방위력 정비계획 등에 따라 지금의 방위 장비의 구입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이 일본 방위력 강화에 어울리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 구입해야 할 방위 장비의 구체적 기종과 수량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쌀에 대해선 '미니멈 액세스(minimum access)' 범위는 유지하되 실질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 '미니멈 액세스'는 최소한의 쌀 수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근거해, 일본은 연간 77만 톤의 쌀을 무관세로 의무 수입하고 있다.
EU "의약품·반도체 15%" 적용…품목관세 일부 이견
일본의 경우처럼 EU와의 합의에서도 세부 분야에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한국의 협상에서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EU 측은 합의 내용을 전하며 15% 세율은 "의약품이나 반도체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새 품목별 관세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날 트럼프는 "의약품은 (EU와의) 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다른 말을 했다.
일본과의 합의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50%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유지된다고 밝혔는데, EU는 철강에 대해 저관세 수입 범위(쿼터)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고 했다. 미국 측 추가 설명은 아직 없다.
EU는 또한 항공기와 항공 부품, 일부 화학제품, 반도체 장비, 복제약 등 전략 품목에 대해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주류 관세는 유지된다.
일본은 품목별 관세와 관련, "반도체나 의약품으로, 장래 추가 과세되는 경우도 일본이 타국에 후순위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았다"고만 설명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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