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비판한 표현인데, 대통령실 입장만 인용"
"서울서부지법 사태와 5·18 비교는 잘못" 사과
"내가 뉴라이트? 日과 토론·역사 합의 바란 것"
29일 유튜브 '정규재tv 시즌3'에 게시된 영상에서 강준욱(왼쪽)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자신을 둘러싼 '계엄 옹호 논란' 등과 관련해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과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정규재tv 시즌3'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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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전 '불법 계엄 옹호'로 해석될 법한 입장을 취한 사실이 드러나 임명 7일 만에 자진 사퇴한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작심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내 뜻을 대중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본인 입장을 변호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했다기보다는, '변명' 또는 '항변'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강 전 비서관은 28일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운영하는 유튜브 '정규재TV 시즌3'에 출연해 비서관 임명 후 제기된 각종 논란 등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앞서 정 전 주필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강 전 비서관을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부터 동국대 정보통신학과 교수로 재직해 온 강 전 비서관은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에 발탁됐지만 '계엄 옹호' 논란 등에 휘말린 끝에 지난 22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계엄 선포는 비민주적, 잘못된 저항"
강 전 비서관은 이날 "제 진심이 중간에 알려지는 것과 다르다 보니까 '오해하고 계신 분들'과 '이해를 못하는 분들'이 많다"며 운을 뗐다. 지난 3월 출간된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에 담겨 있는 표현, 곧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야당의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는 부분을 '계엄 옹호'로 해석한 건 '오해'이자 '오독'이라는 뜻이었다. 결국 자신의 표현이 틀렸다고 인정하기보다는, 언론과 대중에게 그 책임을 돌린 셈이다.
'계엄 옹호' 논란과 관련, 강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건 맞지만, 계엄(령 선포)이라는 행동에 대해서 옹호 발언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해당 문장은 "오히려 계엄을 비판하기 위해 적은 표현"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민주적 폭거'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다수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고, 이게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걸 지적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엄 선포는 전혀 민주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쓴 건 '잘못된 저항'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언론이 이런 내용을 보도하진 않고, 대통령실 입장만 그대로 받아 적은 탓에 '계엄 옹호' 프레임이 생겼다는 게 강 전 비서관 입장이다.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5·18민주화운동과 비교해 거센 비판을 받았던 데 대해선 어정쩡한 사과를 남겼다. 같은 저서에서 강 전 비서관은 "사법부에 저항해 유리창을 깨고 법원에 난입한 것이 폭도이고 전원 구속될 일이라면, 5·18은 버스로 공권력을 뭉개고 총 들고 싸운 일이므로 폭도라는 말로도 모자란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날 "서부지법 폭도들을 막 한쪽으로만 폭도라고 몰아가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5·18은 폭도 아니냐'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한 뒤, "지금 생각해도 그런 비유는 해선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건 제가 사과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사과였다.
2020년 7월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뉴라이트 인사이자 '반일종족주의' 저자인 이영훈(가운데) 전 서울대 교수와 이우연(왼쪽)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를 규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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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다 죽고 없다"면서 '뉴라이트' 부인
'뉴라이트 역사관'이라는 일각의 지적에도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친일 성향 인사들이 평소 자신들 주장을 옹호하는 논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강 전 비서관은 사퇴 전 과거 페이스북에 "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고 적은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친일 논란'에까지 휩싸이며 더욱 더 궁지로 내몰렸다.
실제로 뉴라이트 역사관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딱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강 전 비서관은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자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후 일반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갖는 생각들과 혹시 다른 부분이 있다면 뭐가 옳은지 서로 토론하면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전 교수와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속 일부 학자들은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창하는 뉴라이트계 인사들로 꼽힌다.
특히 강 전 비서관은 "사실 친일파는 다 죽고 없지 않나. 옛날에 다 죽고 없다"는 엉뚱한 주장도 펼쳤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야 하니 '갈등적 요소를 자꾸 이어가서 되겠나. 서로 토론해서 역사 문제를 합의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글을 적은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갑자기 내가 역사 인식이 잘못된 사람으로 몰렸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까지 비난받아야 하는 부분인지 모르겠다"는 게 그가 이날 털어놓은 솔직한 심경이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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