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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생색내기’ 공중 구호품 투하에 가자 주민들 압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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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30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앙 네차림 회랑에서 식량지원을 받은 주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가자/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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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이 기아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게 안정적으로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는 육로 수송 확대 대신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많은 식량 공중 투하를 고집하고 있다. 주민들의 굶주림은 해소되지 않고 하루 동안 또 103명이 사망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30일(현지시각) 하루 새 103명이 사망하고 399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알자지라는 사망자 중 70명 이상은 구호품을 구하려던 이들이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 7명은 아사했다. 이들 중 한 명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2살 여아였다. 2023년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숨진 사람은 총 6만138명, 부상자도 14만6269명으로 늘었다. 기근과 영양실조로 사망한 이는 154명으로 늘었고, 이중 89명이 어린이다.



    지난 주말부터 이스라엘이 ‘공중 낙하’ 방식의 구호품 배급을 재개했지만 비효율적이며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가장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육로(트럭)를 통한 지원 확대와 안전 통로 개설, 전투 중단 지역 설정 등도 약속했지만 구호품 전달 확률이 떨어지는 낙하 방식부터 하고 있다. 비행기에서 450㎏이 넘는 박스에 담긴 식량에 낙하산을 묶어 떨어뜨리는 이 방식은 지난해 3월에도 시도됐던 방식으로, ‘최후의 수단’으로 도로가 끊긴 지역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스에 사람이 깔려 죽는 경우도 실제로 있었고, 사람들이 상자를 쫓아 달리다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체력이 약한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은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가자 주민이며 인플루언서인 레나드 아탈라(11)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방식의 지원은 비효율적이며 굴욕적이다. 우리가 굶주리고 있다 해서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국제구조위원회(IRC) 위원장과 필리프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위원장도 트럭을 통한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라자리니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요르단과 이집트에 6천대 규모의 트럭이 가자 입국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금 방식으로는 비행기 1대가 최대 14톤의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으나, 트럭 1대는 최대 25톤의 구호품을 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30일 총리실 계정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중에서 지원 물품을 낙하하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하마스는 자국민들로부터 음식을 훔쳤다. (중략) 우리는 하늘과 물을 확보하고 먹을 거리가 (가자를) 통과하도록 했다. 진정으로 (이들을) 돕고 싶은 나라라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요르단과 이집트, 독일 등이 배급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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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총리실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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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는 가자지구에 유엔과 국제구호기관이 더 많은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음에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지원 물품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주민들이 몰려들어 가져가고 있다. 다행히 시장에서 필수 생필품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원 물품 유입이 늘면 인도적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는 31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 지구에서의 아사자 발생을 인정한 뒤 새로운 식량배급센터를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스라엘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스코틀랜드에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배급된 식량 등을 훔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강조하면서 “그들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3월 이후 가자 지구를 봉쇄했고, 5월 말 부터는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로 가자인도주의재단(GHF)를 설립해 가자지구 남부 4곳에만 배급소를 두고 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하고 통제해왔다. 그러나 굶주린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해 약 두 달 동안 1천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또 부족한 식량 사정으로 이달 들어 어린이를 포함한 수십명이 아사하며 기근 상황이 극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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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의 군 공항에서 항공기에 식량 박스들을 싣고 있다. 카이로/이집트 국방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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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압박이 커지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가자 지구 일부 지역을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자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브 엘킨 이스라엘 안보부 장관은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과의 인터뷰에서 “적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땅을 잃는 것”이라며 “하마스가 우리와 게임을 하는 순간 결코 되찾을 수 없는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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