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외교장관회담 등에서 '동맹 현대화' 본격 논의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증액·전작권 전환도 협의 테이블 오를 수도
한미 관세협상 타결 |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지연 기자 = 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큰 고비를 넘김에 따라 이제는 2주 내에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동맹 현안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은 이번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측의 구미를 당길 카드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31일 발표된 통상 합의 사항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측이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증액과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의제에 대한 양국 간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 외교 이어 국방당국도 '동맹 현대화' 논의 공식화…'2+2' 형식으로 다룰듯
이날 한미 국방장관 전화통화에선 최근 미측이 중국 견제와 한미동맹 역할 확대 차원에서 지속 제기해온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표현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국방부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전하면서 "양국 장관은 변화하는 역내 안보환경 속에서 한미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보도자료에서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한미 외교 당국간 협의를 전하는 보도자료에만 등장했는데, 관련 논의가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올 수 있다.
동맹 현대화란 한미가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맞춰 동맹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으로, 미국이 대중 견제 정책을 우선순위로 두면서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으며,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도 관련이 있다.
미측이 동맹국에 역내 안보 책임 확대를 요구하며 국방비 증액과 미군 주둔비용에 대한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동맹 현대화의 일환으로 꼽힌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다음달 1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정 및 의제를 조율하면서 동맹 현대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21세기 현 국제 정세와 복합 위기에 당면해 동맹관계를 현대화하고 한 단계 발전시킬 필요성을 인식해서 현재 관련해서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번 외교장관회담 계기에도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맹 현대화'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 문서에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때까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어 그간 논의를 통해 형성한 양국의 공감대를 큰 틀에서 반영해 향후 협의의 토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미국 국방전략(NDS)이나 미군 재배치 검토 등과도 연계해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외교·국방을 아우르는 성격이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적당한 논의 형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국방장관 |
◇ 부담으로 돌아온 '국방비 증액·주한미군 역할 조정' 카드
국방비 증액이나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한미동맹 현안은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카드로 거론됐지만, 무역협상이 마무리된 현 시점에선 우리 측에 부담이 되는 의제가 됐다.
미측은 다른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측에도 GDP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한국 국방예산은 61조2천469억원으로 GDP 비중은 2.32%다. 국방비 지출을 GDP 대비 5%로 늘리려면 국방예산을 약 132조원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말에 마련된 '2025∼2029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국방예산은 2026년 66조7천억원, 2027년 72조4천억원, 2028년 78조3천억원, 2029년 84조7천억원으로 매년 7∼8% 올리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미측 요구에 부응하려면 매년 20% 이상 국방비를 인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국 견제 동참이나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의 동맹 현대화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도 동맹 차원에서 역할을 해주기는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한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미국 편에서 함께 싸워달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선 대중국 관계를 고려할 때 미측의 요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조현 외교장관 |
◇ 방위비 분담금 증액·전작권 전환도 논의 가능성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절 타결된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재개정 문제는 아직 미국 측 요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기여가 적다는 인식을 종종 드러내 온 만큼 언제 협상 테이블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20년 묵은 한미동맹 현안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당국 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전작권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1월 한미가 2012년 4월에 전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 전환 시기가 2015년 12월로 연기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한미가 전환 시기를 정하지 않고 조건이 충족되면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전작권 전환 조건은 ▲ 연합 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가지다.
전시에 한반도 전구(戰區)에서 한국군이 한미 연합작전을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전략을 중국 위협 대비 중심으로 전환하고 동맹국에 역내 안보 책임 확대를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이 속도를 내게 되면 주한미군 병력 규모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관세협상이라는 파고를 넘었지만, 안보 협상이라는 파고가 남아 있다"며 "미측의 국방비 증액 등 요구에 대응해 국익을 지키는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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