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등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유족 대책 마련 촉구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마이크를 잡고 이같이 외쳤다.
여성폭력 엄중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3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여성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묵묵부답인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한국여성의 전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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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파트너로부터 목숨을 잃은 여성은 181명에 달한다.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여성 650명이 목숨을 잃거나 위협당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6일에는 의정부 노인보호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스토킹 남성에게 살해당했고 28일에는 울산에서 30대 여성이 스토킹 남성의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29일에는 대전에서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됐다. 이날도 50대 여성이 동거남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2년 전 이와 비슷한 일로 가족을 잃은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유족은 “오늘도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이렇게 이 자리에 섰다”며 “제 동생은 사건 전부터 위험을 감지하고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기록되지 않았고 경찰은 오히려 쌍방폭행으로 처리하고 경고장을 발부했다. 결국 동생은 가족이 매일 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이후 상황은 더 참담했다.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한 달 뒤엔 반납하라고 유족을 독촉했고, 검찰은 피해자의 말 한마디 없이 공소장을 작성해 모든 범행이 축소된 죄명으로 법정에 오르고 말았다.
유족은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딸과 동생의 생명을 빼앗긴 가족에게는 말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며 “동생은 죽는 순간까지도 혼자였다. 죽은 뒤에도 그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시스템은 없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피해자 보호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고 즉시 ‘24시간 긴급 보호’ 시스템 의무화 △검찰 피해자나 유가족의 의견서 받아 공소장 반영 △재판에서 유가족에게도 의견진술권 보장 △스토킹·가정폭력 가해자의 전력 누적 기록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사건은 저희 가족의 불행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이다. 부디, 죽은 뒤에도 목소리를 잃은 동생을 대신해 국가가, 그리고 이 사회가 그 이야기를 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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