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중심으로 반발 성명 잇따라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지난 5월 26일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방문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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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각의 극우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예루살렘의 '성전산'에서 기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성전산은 이슬람과 유대교에서 모두 성지로 여기는 지역으로, 2023년 성전산 정상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벌어진 유대인과 아랍인들 간의 충돌이 가자지구 전쟁으로 확전됐을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이다.
성전산의 반환을 주장하는 극우 유대인 단체 '성전산 관리국'은 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벤그비르 장관이 이스라엘 구시가지에 위치한 성전산 정상을 찾아 기도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이날 벤그비르 장관은 유대교의 성전 파괴 기념일인 '티샤 베아브'를 맞아 약 1,250명의 유대인과 함께 성전산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직 이스라엘 장관이 성전산 정상에서 공식 예배를 거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전산에는 유대교에서 성전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믿는 예루살렘 성전 터와 이슬람교에서 선지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장소라고 믿는 알아크사 사원(모스크)이 위치해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과 함께 성전산을 점령했지만, 점령 이후에도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에 따라 요르단 정부가 운영하는 종교 재단에 해당 지역의 행정권을 일임해왔다. 이후 재단은 성전산 정상에서 유대인의 출입은 허가하지만 공개적인 기도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펼쳐왔다.
성전산 현상유지 정책의 변경이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의 분쟁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꼽히는 만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급히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성전산의 현상 유지 정책을 지속하려는 이스라엘의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랍권 국가들을 중심으로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성전산을 관리하는 요르단 정부는 X를 통해 게재한 성명에서 벤그비르 장관의 이번 방문이 "역사적이고 합법적인 현상유지 정책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도 이날 "이스라엘 관리들이 당국을 무시하고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한 것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비판한다"며 "이러한 행동은 분쟁의 동력을 제공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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