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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돼지 고기도 구독이 된다고?..직접 해보니 이랬다[이환주의 생생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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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반찬 걱정 끝..도드람 한돈

도드람 한돈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받은 한돈 냉장 삼겹살과 한돈 목살. 사진=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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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요즘 사람을 MBTI로 유형화 하는 것처럼 과거에 필자는 자신만의 유형화 방법을 사용해 사람을 나눴다. 오감을 사용해 사람을 나누는 방식이다. 사람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에 유난히 발달한 감각이 있는데 그 특정 감각을 통해 시각이 발달한 사람은 '눈의 사람',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혀의 사람', 촉각이 발달한 사람은 '손의 사람' 등으로 나누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오감이 골고루 무난하게 발달한 사람을 육성하고, 대기업 역시 오감의 평균이 무난하게 높은 사람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특정 감각이 보통 사람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은 그 능력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서 톱을 찍은 뒤에 이를 바탕으로 성공을 거두고, 나머지 감각들도 발달 시켜 나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혀의 사람'과 '손의 사람'은 요리사나 화가 같은 직업으로 성공해 돈을 벌고 그를 바탕으로 나머지 감각들도 충족(발달)시키며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해당 기준으로 필자는 '눈의 사람'쪽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다른 감각보다 시각적인 자극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책을 읽는 독서 행위도 어떻게 보면 흑과 백에 불과한 문자의 나열을 머릿속에서 이미지화(시각화)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감각은 거의 정박아 수준이었다. 만성 비염으로 대부분의 냄새는 맡지 못했고, 운동 신경도 딸리고 세심한 작업에도 소질이 없어 손의 인간과도 거리가 멀었다. 음악적 재능도 전혀 없었고, 미각 역시 둔감한데다 별다른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다. 밥을 먹는 것은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업이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행복해지거나 도파민이 나오는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밥을 먹는 것이 즐거울 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식사 시간을 함께 보낼 때 뿐이었다.

원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10년 넘는 기자생활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현재의 부서인 생활경제부에서 보내고 있다. 이 부서는 크게 2개 팀으로 돌아간다. 하나는 채널(유통)팀인데 채널팀은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이커머스 같은 상품을 파는 장터 기업을 취재한다. 다른 팀은 식품팀으로 제일제당, 파리바게뜨, 하이트진로 같은 먹고 마시는 업종을 다룬다.

미식에 대해 조예가 깊지도 않고, 딱히 먹는 즐거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식품 출입 기자를 하다보니 이래저래 먹을 복은 많은 편이다. 먹는 것도 일의 일부라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그것을 먹어보고 리뷰 기사를 쓰는 경우도 가끔 있다. 수년 전에 삼양식품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시범 출시했었는데 당시 한 번 먹어보고 맛있어서 박스로 먹었더니 살이 몇 kg이나 늘었었다. 주류 업체를 담당하다 보면 팔자에도 없는 고급 위스키나 보드카, 세계 각국의 와인 등도 시음하게 된다. 평소라면 그런 것들이 있는지도 몰라서,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안 하게 될 제품들도 많다. 최근에는 일부 식품회사들이 구독형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하는데 농협경제지주가 운영하는 과일 구독 서비스 '농협맛선'의 경우 제철 과일을 고민 없이 여럿 받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도드람이 운영하는 돼지고기 구독 서비스를 한 달(4주) 이용해 봤는데 반찬 고민 많은 커플이나, 3~4인 이상 가족에게 상당히 좋은 서비스 인듯 했다.

우리 과일 구독 서비스인 월간 농협맛선의 상품. 농협경제지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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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에 알찬 구성, 식단 고민도 끝

1인가구나 2인가구에게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밥을 해먹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다. 전에 카레를 한번 집에서 해먹으려고 결심했다. 인근 시장에서 감자, 양파, 당근을 사고 고기를 사야하는데 고민이 생겼다. 인터넷에 '카레용 고기'를 검색해 보고, 100g당 가격을 확인한 뒤에 동네 정육점에 들어가서 소심하게 말했다. "저 카레용 돼지고기 혹시 반근도 파나요?". 정육점 주인 아저씨가 부르는데로 값을 치루고 집에 와서 쿠팡 사이트에 들어가 과연 내가 돼지고기를 너무 비싸게 산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각종 재료를 씻고, 자르고, 썰고, 볶고, 카레가루를 넣고 섞고, 끓인 뒤에야 카레를 먹을 수 있었다.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나니 카레는 그냥 사서 먹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뚜기 백세카레. 오뚜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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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드람 한돈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주 정해진 요일에 랜덤으로 구성한 돼지고기 세트가 배송된다. 첫주차 구독료는 2만9900원이고 2회차는 3%, 3회차는 5% 할인 금액이 적용된다.

기자는 2월 3주차에 처음 배송 받았는데, 첫 상품은 한돈 돈마호크 750g, 스테이크용 한돈 안심 500g, 한돈다시(양념) 구성이었다. 밖에서 먹으면 150g 삼겹살 2인분에 3만6000원은 나올텐데 더 저렴한 가격에 양은 3배 이상이었다.

4인 가족 구성이지만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총 3번에 나눠서 맛있게 먹었다. 아이스팩 냉장 배송으로 왔는데 한눈에 봐도 얼리지 않은 한돈의 상태가 신선해 보였다.

처음 받아본 한돈 구독 첫주차 상품. 사진=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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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주 배송 온 상품은 총 4번의 배송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구성이었다. 광릉식 간장맛 불고기 200g, 고추장 뒷다리 불고기 1kg, 도드람 삽겹살 캔돈 2캔(각 300g) 구성이었다. 삼겹살을 캔에 담아 판매하는 캔돈은 패키지 자체가 1인~2인 가구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소분해서 먹기 좋았다. 남자의 소울 푸드 제육볶음과 유사한 고추장 뒷다리 불고기는 일주일 내내 밥 반찬으로 충분했다. 또 고추장 불고기가 질릴만 할때 구워먹은 간장맛 불고기 역시 맛있었다. 좋은 점은 월간 구독 상품을 이용하다 맘에 드는 상품이 생기면 해당 품목만 따로 주문할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약 2kg에 가까운 돼지고기를 3만원에 먹을 수 있다니 가격도 구성도 '혜자'누님이 생각났다.

열 제육볶음 안 부러운 고추장 불고기. 사진=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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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주에 받아 본 3주차 배송은 삼겹살과 목살 1kg, 도드람 후랑크 소시지 300g, 도드람 치즈돈까스, 벌집껍데기 130g 구성이었다. 냉장 상태의 삼겹살과 목살은 반반씩 나눠서 총 3번에 걸쳐 먹었다. 삽겸살에서 적당히 기름이 나와 목살도 편하게 굽고, 남은 기름으로 버섯과 김치를 볶아 먹었다. 구이에 지칠 때 소시지와 치즈돈까스는 별미로 먹기 좋았고, 벌집껍데기는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4주차 상품은 삼겹살, 양념 갈비 왕구이, 간장 불고기 구성이었다. 아직 시식해 보진 않았지만 매주 매주 새로운 상품 구성이라 물리지도 않고, 반찬 걱정 없이 바로 굽거나 가열해서 먹기만 하면 되니 너무 편했다.

크게 먹을 때 즐거움도 느끼지 않지만, 뭐 먹지 하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도 일인데 돼지고기 전문가가 엄선해서 매주 보내주는 상품으로 해먹으니 여러모로 편했다. 온라인에서 돼지고기를 사더라도 무슨 부위를 살지, 단위 g당 얼마인지 가격 비교하고 시간 쓰는 것도 일이라면 일인데 구독 서비스의 장점은 해당 시간과 노력은 아껴주고, 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좋았다.

캔돈, 고추장 불고기, 간장 불고기 구성의 한돈 구독 상품. 사진=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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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비자 리뷰 살펴보니..편하고 저렴

네이버 쇼핑에 들어가 한독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의 평도 살펴봤다. 14일 현재 총 12개의 포토리뷰가 있고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이다. 리뷰를 살펴보니 "무슨 구독인가 해서 주문을 해보니 대박템~ 1달만 하려다 다음달도 예약~ 삼격살 목살도 넉넉하고 가격도 더더욱 좋고 거기에 껍데기와 치돈이면 도드람이 손해보는 장사일듯요"라는 내용이 있다. 이쯤 되면 직원으로 의시됨는 리뷰다.

다음 리뷰는 "배송된데로 식단 짜서 요리하니 편합니다"라고 한다. 가장 공감가는 내용이다. 가격도 양도 그렇지만 편한 게 최고의 장점이다. 이 밖에도 "돼기고기도 구독이 된다고?? 궁금해서 구매했는데 받아보고 완전 반했어요"라거나 "기대없이 주문해봤는데 생각보다 편리하고, 퇴근 후 집에서 뚝딱 해먹으니 간편해요"라는 내용도 있다.

이런 구독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시점은 서비스 론칭 시점에 구독을 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소비자에게 입소문을 내기 위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더 알찬 구성과 좋은 상품을 쓰기 마련이다. 구독자가 늘어나고 바빠지면 상품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데 이럴 경우 구독이 줄어들 수 있다. 어쨌든 아직은 많이 알려지기 전이니 온라인에서 삼겹살과 목살만 주문하는 사람이라면 한 주 정도는 시험삼아 주문해봐도 괜찮을 듯 싶다.

도드람 네이버 구독 서비스 창에 남겨진 리뷰. 네이버 쇼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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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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