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설에 방탄복 착용하고선
崔대행에겐 신변 위협성 발언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민주당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 방탄복을 입고 나왔다. 이 대표에 대한 암살 위협 제보와 관련해 혹시 모를 위해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손으로 인근 정부서울청사를 가리키며 “이 앞에서 최 대행이 근무하는 모양이죠?”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보류를 언급하며 “지금 이 순간도 직무유기죄 현행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경찰이든 국민이든 누구나 즉시 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물리적으로 최 대행께서 들을 수 있는 거리”라며 “지금 최 대행이 하는 행동은 내란 수괴와 내란 동조 정당에 대해 부역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 대표가 최 대행 집무실이 민주당의 광화문 농성장 인근이란 점을 알려 지지자들에게 체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최 대행이 언제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헌재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사법부 판단도 없이 직무 유기라고 단정하고 현행범 체포 운운한 것은 지지자들에게 사적(私的) 보복을 부추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심야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논의했다.
◇탄핵 선고 늦어지자… “킬링필드” “현행범” 점점 세지는 李의 입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작년 12월 14일 탄핵소추된 후 한동안 대여(對與) 공격보단 경제·민생·안보와 관련한 정책을 내놓는 데 주력해 왔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이나 부부 상속세 폐지를 수용하겠다고 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치러질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안정감 있는 지도자 모습을 부각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된 후 한 달이 되도록 헌재가 선고 일정을 잡지 않자 이 대표가 직접 압박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화문 농성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도 했다. 그동안 테러 위협 제보가 있다며 외부 일정을 자제해 온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었다. 이 대표의 발언 수위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육군이 계엄 선포를 앞두고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영현백을 3000여 개 구입했다는 한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킬링필드 열릴 뻔”이라고 했다. 육군은 “2022년 합참 지침에 따라 계획되어 있었던 (확보) 수량으로 비상계엄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늦춰지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헌재가 변론 종결 후 한 달이 되도록 선고 기일을 잡지 않자 민주당 안에서 불안감과 초조함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의 기각 혹은 각하 결정 가능성에 대비해 민주당이 자기들이 추천한 마 후보자를 임명해 심리에 투입함으로써 탄핵 정족수(재판관 6인 이상 찬성)를 확보하려는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 대표가 오는 26일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를 앞둔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밤늦게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최 대행 탄핵소추 논의를 이어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최 대행에게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19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최후통첩을 했었다. 그러나 이날 의원총회에선 “최 대행을 탄핵하더라도 실익이 없다” “최 대행이 탄핵된다고 마 후보자가 임명되느냐”는 등 신중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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