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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향한 날갯짓...英바다위 '100m 날개', 5년뒤 수백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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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 해안에서 27㎞ 떨어진 바다에 스코틀랜드 최대 규모인 '시그린(Seagreen)' 해상풍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이곳에선 총 114개의 터빈이 160만 가구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시그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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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선 풍력발전기 수십 대의 터빈(날개)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육상에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이다. 앵거스 해안에서 약 27km 떨어진 바다 위엔 스코틀랜드 최대 규모의 '시그린(Seagreen)' 해상풍력발전 시설이 가동 중이다. 과거 북해 유전 석유 공업 도시였던 애버딘은 지난 2018년 해상풍력 시설이 들어서며 친환경 재생에너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곳엔 거대한 조선소 대신 실험용 야드가, 공장 대신 기술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일보

영국 해상풍력발전소 지도. ORE 캐터펄트 제공


최근 영국 해양산업은 친환경 바람을 타고 재도약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넷제로(Net Zero) 목표를 내놓은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해상풍력은 2030년까지 시장 규모가 수백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영국 해양조사분석기관 클락슨스의 스티븐 고든 전무이사는 "전체 에너지 중 해상풍력 비중은 현재 0.4%에서 2050년 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클락슨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상풍력 생산국은 중국이다. 2위는 영국으로, 유럽 국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조선·해양 분야 주요 기업 7곳(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삼성중공업·한화오션·HMM·현대글로비스·팬오션) 임직원으로 이뤄진 사절단은 지난 8~14일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만났다.



정부·기업·대학 힘 합쳐 에너지 전환



조선·해양분야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로 이뤄진 한·영 양자사업교류 사절단이 10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버딘의 해양 에너지 연구시설 'ORE 캐터펄트'를 방문했다. 사진 주한영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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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은 첨단 기술들이 집약된 에너지다. 크게는 100m가 넘는 대형 날개인 터빈을 제작하고, 이를 바다로 운송 및 설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애버딘에 위치한 해상풍력 솔루션기업 서브시7·시웨이7은 핵심기술인 터빈 운송 및 설치 기술을 확보해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앨런 글레니 서브시7 프로젝트매니저는 "현재 고정식 위주지만 장기적으로 부유식에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가 추진 중인) 울산 반딧불이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조선·해양업이 쇠락했던 영국은 핵심 기술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정부 혁신기관(Innovate UK) 산하 국책연구소 ‘캐터펄트(Catapult)’가 대표적이다. 스코틀랜드의 ORE 캐터펄트에는 전 세계 최초로 세워진 부유식 해상풍력 이노베이션 센터가 있다. 인근 글래스고엔 해양분야에선 유럽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스트라스클라이드대학이 있어 인재 수급에도 용이하다. 정부와 기업, 대학이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다. 휴 리들 ORE 캐터펄트 지역파트너십매니저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실험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대체 에너지 전반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체연료 엔진으로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은 리카르도는 크루즈선 액체 수소 연료 전지를 개발해 시험 중이다. 리차드 고든 리카르도 프로젝트디렉터는 "수소 엔진은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장점이 있어 크루즈선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국도 해상풍력 시동…양국 협력 기대감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왕립공학원 건물에서 '한·영 해양기업 간 네트워킹 워크샵'이 열렸다. 로터세일 기업 '아네모이 마린'의 발표에 이어 국내 조선해양 주요 기업 관계자들로 이뤄진 사절단이 질의응답하고 있다. 런던=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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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지난달 27일 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시동이 걸렸다. 울산 앞바다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비롯해 2030년까지 약 100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에 쓰이는 구조물 건조는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도 떠오른다. 하지만 핵심기술에선 이미 중국과 유럽이 앞서나간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이들 기업에 선택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전환이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4일 영국 로이드선급에선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해양산업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김세준 로이드선급 프로덕트매니저는 "아직 한국의 친환경 선박 건조 속도가 중국보다 몇배나 빠르다"며 "철저히 대비하면 유럽 선주사들은 한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조 능력이 뛰어난 한국과 기술·인프라가 강점인 영국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있다. 지난 12일 런던 왕립공학원 건물에서 열린 '한·영 해양기업 간 네트워킹 워크숍'엔 풍력 추진(아네모이 마린), 공기 윤활 기술(실버스트림) 등 신기술로 무장한 영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신임 토마스 왓슨 한국 담당 영국 무역특사는 "한국은 복합 선박 건조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탈탄소화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이 한국의 최적의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왓슨(58)=2015~2019년 영국 노동당 부대표를 지냈다. 상·하원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 2월 한국 담당 무역특사로 임명됐다. 무역특사는 영국 총리가 핵심 국가를 대상으로 직접 지명하는 중책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한 왓슨 특사는 오는 6월 방한해 국내 기업들과 만나 양국의 조선·해양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 토마스 왓슨 한국담당 무역특사 인터뷰

토마스 왓슨 한국담당 영국 무역특사. 사진 주한영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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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영국이 한국 중시하는 이유?

A : 한국은 해양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특히 세계 2위 조선 강국으로서 가스 운반선 등 복합 선박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영국 기업들은 암모니아 처리부터 탄소 배출량 감소, 디지털 솔루션 등의 기술을 갖추고 있어 협력 가능한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해양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공동의 의지도 파트너십에 중요하다.

Q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후 친환경 전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A : 넷제로 전환과 청정에너지 강국은 영국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다. 영국은 탈탄소화의 시급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해운업에서도 국제해사기구(IMO)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잠재력이 있다. 영국은 한국과 협력해 친환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Q : 양국 협력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까.

A : 부산시와 리버풀의 사례가 대표적인 성공 모델 중 하나다. 두 도시의 우호협력도시 협정은 혁신 트윈스 프로젝트 창설, 부산대와 리버풀대의 학술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즈니스에 연구 및 공공 부문까지 결합한 이 같은 파트너십은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다.

Q :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A : 이 역할에 자원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국가다.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부터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의 급속한 변화와 혁신 이야기는 놀라우며, (특사로서) 한영 양자 관계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지금까지 많은 역할을 맡아왔지만, 이 자리를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긴다. 무역 관계 강화를 넘어서 양국 간 이해를 깊게 하고, 지속적인 우정을 쌓는 기회를 기대한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신뢰, 존중, 공유된 가치에 기반한다. 앞으로 수년 동안 이러한 토대를 강화하는 데 헌신할 것이다.

런던·애버딘=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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