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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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문화권에서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받는 매화는 다양한 별칭이 있다. 한국에서는 눈을 맞으면서도 꽃을 피운다 하여 ‘설중매’가 널리 일컫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와룡매(臥龍梅)’라는 별칭도 낯설지 않다. 와룡매란 본줄기[主幹]에서 자라난 가지가 아래로 처져 지면에 닿으면, 그 가지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자손 줄기[子孫株]가 되어 옆으로 뻗어나가며 생장한 매실나무를 말한다. 그 모습이 용이 땅 위에서 노니는 자태와 같다고 하여 와룡매라는 이름을 얻었다.
일본 센다이시에는 ‘조선매실나무(朝鮮ウメ)’라는 명물 와룡매가 있다. 센다이번을 창건한 다테 마사무네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모목(母木•어미나무)을 가져와 자기 성에 옮겨 심은 후 애지중지 기른 후계목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수령 300년이 넘는 고목이자, 높이 10미터, 밑동 둘레 1.7미터인 거목인 데다, 사방으로 뻗어 나간 자손 줄기와 가지가 330㎡(100평) 넘는 면적에 용이 꿈틀거리는 듯 펼쳐져 장관을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생물학적 희소성에 흥미로운 스토리를 더한 덕에 1942년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등록되었고, 이때 공식 등록명도 ‘조선매실나무’로 하여 그 기원이 조선에서 왔음을 밝히고 있다. 지난 1999년 일본 즈이간지(瑞巖寺)가 기증해 남산에 이식한 ‘남산 와룡매’도 마사무네의 와룡매에서 파생한 후계목이라 할 수 있다.
매화가 꽃망울을 틔워야 비로소 봄이라는 말이 있다. 설중매가 선비의 지조를 상징한다면, 와룡매는 시련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나라의 내우외환으로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요즘, 문득 매화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쪽에서 시작된 매화 개화 시즌이 곧 서울에도 찾아온다고 한다. 잠시 눈앞의 근심 걱정 내려놓고 만개한 매화의 생명력을 음미하며 힘든 시기 잘 버텨내자고 의욕을 다져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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