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 믿었다가
틀려도 손해는 별로 없어
반면 신 있는데 안 믿은 거면
생의 마지막에 큰 낭패”
기후 붕괴 가능성 역시
크다고 보고 대처하는 것이
후회 없는 현명한 베팅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사기(hoax)’라고 하곤 했다. 하지만 때로 “사기는 아니고 아주 심각한 주제”(2020년)라거나 “있긴 있는데 (얼마나 절박한가 하는) 정도의 문제”(2016년)라고도 했다. “기후변화는 중국의 음모”(2012년)라는 황당무계한 발언도 있었다.
트럼프 정부 에너지 정책 책임자인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의 발언은 비교적 정제돼 있다. 그에게서 트럼프 정부의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0일 에너지산업계 행사 기조 강연에서 “인류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산업혁명 전과 비교해) 50% 이상 늘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현대 문명을 쌓아 올리는 데 따른 부작용(side effect)일 뿐”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반대급부(trade-off)였다”고도 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기후 일변도 정책으로 (기후변화를) 치료하겠다고 했지만 질병(기후변화) 자체보다 (치료 행위가) 더 큰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발언 요점은 기후 문제는 해결해야 할 도전이지만 위기(crisis)까지는 아니며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 중엔 라이트 장관과 비슷하게 온건 현실주의의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 ‘미지근한 온난화주의(lukewarmism)’라고도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거의 폭력적 탈(脫)기후 정책을 보면 트럼프 본인은 극단적 기후변화 부정주의(denialism)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반면 전임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문제에 몰입한 대통령이었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기후에 두었고,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이 달린) 존재론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라는 말도 했다.
성소수자를 보호할지, 또는 난민을 받아들일지 등의 가치 관련 쟁점이라면 대통령의 세계관에 따라 정책 편차가 큰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기후는 본질적으로 과학 영역에 속한다. 어떻게 최고 전문가 그룹의 보좌를 받는 미국 대통령의 판단이 이렇게 극단에서 극단으로 다를 수 있나. 그 근본 이유는 기후 과학에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현상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기후 충격의 강도와 인간 대처 능력 등에 관해선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그 불확실성 영역의 해석을 놓고 누가 옳은가 내기를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도박에선 어느 쪽에 거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기후변화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기후변화 대처 정책들은 꼭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해두면 여러모로 득이 되는 것이 많다. 화석연료는 오염을 일으키고 매장량에 한도가 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게 낫다. 설령 나중에 기후변화가 그렇게 급박한 위협은 아닌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에너지 효율화와 청정에너지 전환이 해가 될 리가 없다. 온실가스는 축적성이 있어 지금처럼 계속 화석연료를 소비하면 언젠가는 중대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기후 붕괴 같은 것은 없다고 보고 화석연료를 마구 태웠다가 정말로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 파멸적 재앙에 맞닥뜨리게 되면 그때 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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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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