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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관세는 트럼프 경제전쟁의 시작일 뿐…달러 급락, 혼돈 닥칠 수도[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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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4월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증시 마감 후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며 "그동안 친구든 적이든 미국에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고 솔직히 말해 친구들이 종종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고 말해 우방국에 대해서도 관세 전쟁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의약품과 목재에 대한 관세도 곧 확정해 발표하고 오는 4월2일엔 예정대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상대국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부과하는 상호관세 세부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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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S&P500지수 추이/그래픽=최헌정




트럼프의 1차 목표는 달러 약세

관세 전쟁을 통해 전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과 혼란에 몰아넣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경제 전문 저술가인 브렛 아렌즈는 26일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러 약세를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되돌리고 관세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공약이었던 감세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렌즈의 견해에서 충격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달러 가치의 하락폭이다. 그는 미국 달러가 유로와 소비자 상품 및 서비스 비용이 같아지는 수준까지 29% 급락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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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 인덱스 최근 1년간 추이/그래픽=이지혜



마찬가지로 캐나다 달러에 대해서도 가치가 동등해질 때까지, 즉 패리티(parity)에 도달할 때까지 미국 달러가 18%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 달러가 일본 엔에 대해선 37%, 멕시코 페소에 대해선 52%까지 패리티 수준으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소더 경영대학의 워너 앤트와일러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달러는 스위스 프랑과 아이슬란드 크로나를 제외한 나머지 통화들에 비해 유난히 가치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미국의 수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지고 미국 내에서는 수입품이 크게 저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미국 달러는 전반적으로 과대 평가된 국면을 지나고 있다"고 밝혔다.


마러라고 합의가 뭐길래

달러 약세는 최근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마러라고 합의'의 첫번째 목표다. 마러라고 합의란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자택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투자자문사 허드슨베이의 매크로 전략 담당자 시절에 쓴 보고서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마러라고 합의는 크게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달러 가치를 대폭 낮추는 환율 변화다. 둘째는 세계 각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무이자 국채로 교환하는 미국 국가 부채의 재구성이다. 셋째는 100년 만기 무이자 미국 국채 판매를 방위 동맹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100년 만기 무이자 미국 국채로의 미국 부채 재구성에 참여를 거부하는 국가엔 군사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마러라고 합의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면서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고 미국 부채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달러 약세 효과 누리려면 관세 필수

마러라고 합의라고 하면 1985년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주요 국가 정상들이 모여 달러 가치를 평가 절하하기로 의견을 모아 서명한 플라자 합의가 연상되지만 마러라고 합의는 관세를 시작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마러라고 합의 자체가 국가간 대화로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마러라고 합의에 다른 나라들이 동의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이지만 최소한 첫번째 부분인 달러 약세는 어느 정도 미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 수입이 줄고 해외에서 미국산 제품 가격은 내려가 수출이 늘게 된다. 하지만 달러 약세로 이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관세 부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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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 1년간 추이/그래픽=김지영




경기 침체 통해 1석3조 효과

경제 전문 저술가인 아렌즈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한편 경제를 침체에 빠뜨려 △달러 가치 약세와 △장기 국채수익률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인 △감세안을 추진할 수 있는 길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의 금리 수준으로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의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들어 세수를 줄이는 감세안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진다면 감세안을 추진하기가 좀더 용이해진다.

한 경제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안을 정당화하기 위해 경기 침체라는 혼란스러운 환경을 초래해 금리가 인하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경제적 혼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플레 하락 전제돼야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입품 가격을 올릴 것이란 우려로 오히려 기대 인플레이션은 상승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는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의 정책 불확실성과 혼란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지지 않고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의 암운이 짙어진다면 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경제적 고통만 커질 수 있다.


지금은 안전벨트 맬 때

지금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대대적인 환율 시스템의 변화와 지속 가능한 국가 부채로의 재조정이라는 큰 구조 개혁의 시발점일 수 있다는 점이다. 커다란 정책적, 구조적 변화가 진행된다면 그 동안 금융시장은 큰 변동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투자를 한다면 철저하게 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평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27일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정치, 2월 잠정 주택판매지수가 발표된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이미 한 차례 발표된 수치를 더 정확하게 조정한 수정치다.

아울러 이날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28일 오전 5시30분)에는 톰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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