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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기밀 유출 채팅서 홍해안정 속내…워싱턴 연방지법 ‘시그널 게이트’ 재판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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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수뇌부가 언론인을 채팅방에 초대해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유출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예멘에 폭격을 가하려는 목적은 ‘홍해 항로 안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에서 이뤄진 채팅에서 “지금이든, 지금으로부터 몇 주 후든 화물 항로를 다시 여는 것은 미국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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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동 전문가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을 미국이 꺾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공군력만으로 승리할 수 있는 전쟁은 역사상 별로 없었고, 후티 반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즉, 해병대와 육군이 상륙하지 않는 이상 공군의 힘만으로 후티 반군에게서 승리할 방법은 극히 드물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후티가 미국의 공습을 예멘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입지를 더욱 넓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은 와중에 후티가 세력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영국의 외교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출신 파레아 알-무슬리미연구원은 “제발 미국과 전쟁을 하게 해달라는 후티의 기도에 대한 직접적 응답”이라며 “지역적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미국을 끌고 들어가려는 것이 후티가 바라는 바”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해 항로 재개가 미국 입장에서는 핵심 국익에 관한 사항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채팅방 대화 참가자였던 J D 밴스 부통령도 채팅에서 홍해 항로가 미국보다 유럽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의 군사분석 책임자 제니퍼 캐버노는 유럽이 이미 대체항로 전환에 따른 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고 한 상태에서 미국이 후티를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할 가치는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뇌부가 군사작전 계획을 ‘시그널’ 채팅방에서 논의하고 이 내용이 유출된 것과 관련한 재판이 이날 워싱턴 연방지법에서 열렸다. 이번 소송은 정부 투명성을 감시하는 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American Oversight)가 기밀 유출이 의심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주심인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사건과 관련 있는 트럼프 행정부 각료급 인사들에게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시그널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지우지 말고 보존할 것을 명령했다고 ABC뉴스 등이 전했다.

소송을 제기한 아메리칸 오버사이트는 소장에서 시그널을 군사작전 계획 논의에 사용한 것이 불법이었다고 선언할 것과, 관련 각료들에게 즉시 기록을 보존하라고 명령할 것을 각각 법원에 요구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외국인 추방에 제동을 걸었던 보스버그 판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된 데 대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판사 배정 시스템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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