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01 (화)

[취재후 Talk] 트럼프發 2기 관세폭탄 '더 빠르고 더 강력해졌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관세 정책이 1기 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관세를 핵심 무역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라는 심각한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성장률 전망도 급락하고 있다.트럼프 1기·2기 '관세 정책의 차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도 관세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그 범위와 강도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1기 행정부에서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무역 전쟁에 집중했으며, 2018년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또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주로 제조업 분야를 타겟으로 했다.

반면, 2기 행정부에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더 많은 국가로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1기에서는 특정 품목에 국한된 관세를 부과했으나, 2기에서는 보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s)와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등 더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차이점은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와 실행 방식이다. 1기 행정부 시기에는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무역위원회 등 특정 부처나 기관이 자국 산업에 대한 외국 수입의 부정적 영향 조사를 토대로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2기 행정부에서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법 338조,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 등을 활용해 사전조사 없이 즉각적으로 관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의 틀을 흔들며 미국의 일방적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협상 전략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1기가 "협상 후 관세" 접근법이었다면, 2기는 "선 관세, 후 협상" 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올해 2월 4일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새로 부과했고, 3월 4일에는 10%를 추가로 부과했다. 또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가 30일간 유예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美 경제에 미치는 영향: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
트럼프의 강화된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경제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이미 "낮은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5% 미만으로 낮출 수 있으며, 동시에 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관세가 올해 유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 물가가 일시적으로 50~70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4분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3%에 근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무역 전쟁 리스크에 기반한 것이다. 또한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보편관세 10% 부과 시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0.2% 포인트(p) 하락하고, 다른 국가의 보복관세로 이어질 경우 0.3% 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3월 소비자 기대 지수는 65.2로 떨어지며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달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도 92.9로 떨어지며 4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러한 소비 심리 위축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들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CNBC가 주요 20대 기업의 최고 재무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0%가 올해 하반기에, 15%는 내년에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 정책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소비 둔화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韓 영향은?: '65조 원 수출 감소' 현실화 가능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한국의 총수출이 448억 달러(약 65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1기 행정부와 달리 2기 행정부에서는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품목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넘어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국으로 관세 대상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일본, 베트남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시장에 총 31조 원(약 25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의 25% 자동차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자동차 관세 조치를 "영구적 조치"로 규정하고 예외 협상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관세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5% 관세 부과 시 올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대비 18.59%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347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약 9조 원의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것이다.

한국은 방위비 분담 문제까지 얽혀 있어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만약에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적용할 경우, 기존 한미 FTA 내에서 한국의 협상력이 약화되며 사실상 FTA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안보, 외교정책, 경제적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시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한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달리기도 한다.

수출의 낙수 효과가 큰 한국 경제에서 65조 원의 수출 감소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 감소, 고용 감소, 소득 감소,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내수 침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상 상황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1기보다 더욱 강력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며, 소비자와 기업의 경제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도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해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수출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크게 낮춘 데이 이어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역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1.6%로 하향 조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범부처 비상 수출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힌 것처럼, 올해 한국의 수출 환경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한 '비상 상황'라는 진단이 정확해 보인다.

송병철 기자(songbc@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