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국 공연 ‘푸에르자 부르타’ 내한
연출가 디키 제임스 인터뷰
서울 성수문화예술마당 FB씨어터에서 ‘푸에르자 부르타 : 아벤’<키워드> 공연이 진행되는 70분은 마치 한바탕 즐겁고 소란스러운 꿈속을 헤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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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백스테이지에서 최근 만난 ‘푸에르자 부르타’의 창조자이자 연출가 디키 제임스(60)는 “세상은 경제와 전쟁, 정치를 이야기하고, 일을 더 많이 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삶을 축복하며 축제를 즐기는 걸 시간 낭비라고 말한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그런 말들의 정반대 지점에 있는 공연”이라고 했다. “우리는 관객들이 생각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몸으로 먼저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모두가 인생의 아름다움을 축복하며 최대치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쇼가 되는 것이 이 공연의 목표입니다.”
'푸에르자 부르타 : 아벤' 연출가 디키 제임스. /크레센트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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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인 제임스는 18세에 연극 공부를 시작했지만, 여섯 달 만에 국립 연극학교를 그만둔 뒤 극단 활동에 뛰어들었다. 독립 극단 ‘검은 조직(LON)’ 동료들과 함께 1993년 ‘푸에르자 부르타’의 전신과 같은 공연 ‘델라구아다(De La Guarda)’를 만들어 2006년까지 공연했고, 2002년엔 공연명이자 회사 이름인 ‘푸에르자 부르타’를 세웠다.
“중남미의 카니발 문화를 접목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모두 선 채로 공연에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을 개발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작한 공연에 해외에서 관객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걸 보며 깨달았죠. 아, 우리가 ‘문화를 넘어선 언어’를 만들어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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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넘어 해외 투어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 제작사 측은 “세계 37국, 68개 도시에서 680만명 이상의 관객이 이 공연을 관람했으며, 한국 관객 수만 30만명이 넘는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에선 9년간 주 6회 공연을 계속하기도 했다.
'푸에르자 부르타 : 아벤' 2025년 공연. /크레센트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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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푸에르자 부르타 : 아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길이 18m의 거대한 고래가 머리 위로 떠다니는 장면. 고래는 공연장 안이 거대한 아쿠아리움이라도 된 듯 우아하게 공중을 유영한다. 관객들은 뻗은 손이 고래의 지느러미나 배에 닿을 때마다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지른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의 열기까지 더해지면 공연장 안은 마치 끓어오르는 듯하다.
제임스는 “나에게 고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힘의 상징인 동시에 멸종 위기의 연약함을 함께 가진 존재”라고 했다. “전 세계를 괴롭혔던 코로나 사태가 지나고 참았던 것들이 분출되는 시기가 왔고, 우리는 새로운 공연에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불어넣길 원했어요. 고래 뱃속을 보셨나요? 두 명의 배우가 몸을 움직여 고래를 조종하고 있죠. 한 편의 시(詩) 같지 않나요?”
제임스는 “일도 학업도 생산성을 강조하는 시대, 축제에 가고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후순위로 미뤄둬야 하는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이 공연이 신선한 체험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일상에 찌들다 보면 닫힌 문 뒤 방 안에서 휴대폰을 들고 친구를 찾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지고, 결국 마음의 병을 얻게 될지도 몰라요. 저는 관객들이 이 공연 속으로 들어와 함께 뛰고 즐기는 것을 보는 게 행복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것만큼 건강한 일이 있을까요?”
☞푸에르자 부르타 : 아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독창적 몰입형 공연. 별도의 객석 없이 회당 관객 1000명이 모두 선 채로 공연을 즐기며, 무용수들은 허공을 질주하거나 지구 모형 위를 걷는 등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다 관객 속에 뛰어들어 함께 춤춘다.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 ‘아벤(Aven)’은 ‘모험(Adventure)’과 ‘천국(Heaven)’을 결합한 단어다. 2013년 첫 내한 이후 ‘푸에르자 부르타’의 여섯 번째 한국 공연으로, ‘아벤’은 아시아 초연이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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