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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무슬림 국가들 보란 듯…이스라엘 극우 장관,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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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3일(현지시각)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알 아크사 모스크에 있는 바위돔 밖에서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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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극우 각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중동의 대표적 화약고인 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를 찾아 기도를 했다. 이스라엘 장관이 공개적으로 이곳에서 기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은 물론 요르단·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웃 무슬림 국가들도 반발하고 나서 긴장이 커지고 있다.



    티샤 베아브는 기원전 6세기 이스라엘왕국의 예루살렘 성전(솔로몬 성전)이 신바빌로니아제국에 의해 파괴된 것을 애도하는 날로, 성전산은 과거 유대교 성전이 있던 곳이며 오늘날 이슬람교의 성전인 알 아크사 모스크가 있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하아레츠 등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벤 그비르 장관이 3일 ‘티샤 베아브’를 맞아, 유대교 신자들과 함께 성전산 정상에 올라 기도를 했다. 벤 그비르 장관은 이스라엘 사상 가장 우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네타냐후 내각 중에서도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장관으로 2022년 말 장관 취임 뒤 여러 차례 성전산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날 알 아크사 사원에서 공개적 기도는 이스라엘 각료 사상 최초의 일이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벤 그비르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도문을 큰 소리로 낭송했다. 그는 경찰들의 호위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와 함께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 소속의 이츠하크 바설라우프 국가 회복력 장관, 오셰르 셰칼림·아밋 할레비 등 다른 리쿠드당 의원들도 동행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성전산을 포함해 예루살렘을 점령했으나, 이곳을 관리하던 요르단과의 휴전 합의에 따라 무슬림은 성전산 경내에서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있지만 유대교도는 통곡의 벽 밖에서만 하도록 제한했다. 유대교도는 성전산을 지정된 시간에 방문할 수는 있다. 요르단 국왕은 성전산을 포함한 예루살렘 내 성지 공식적 관리인 역할도 맡고 있다.



    알 아크사 모스크 문제는 팔레스타인 분쟁을 점화시키는 대표적 화약고로 꼽힌다. 가자 전쟁의 계기가 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하마스는 작전 명을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벤 그비르 장관의 방문 이후에도 “이 지역의 규정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경찰을 감독하는 부처의 장관인 벤 그비르 장관이 공개적으로 규정을 어기면서 알 아크사 사원 유대교도 기도 단속은 느슨해지고 이있다. 이날 3500명 이상 유대교가 성전산을 찾았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벤 그비르 장관의 방문 이후 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아바스 대통령 대변인은 “모든 경계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아랍국가들도 반발했다. 요르단은 “축복받은 알 아크사 모스크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 지역의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 3대를 발사했고, 이스라엘방위군(IDF)는 예멘에서 발사한 것들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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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28일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 등 성전산 모습.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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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1일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를 방문해 식량 배급 상황을 직접 확인했지만, 주말 사이 가자에서는 식량을 구하는 가자 주민들이 최소 33명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목격자들은 굶주린 주민들이 구호시설로 몰려오자 총격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중 11명은 남부 칸 유니스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로 가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알자리자는 15살의 압둘 라흐만 아부 자르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배급소 주변에 갔으나, 이스라엘군의 총이 왼쪽 눈을 관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자인도주의재단은 후추 스프레이 사용은 있었으나 총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가자 보건부는 하루 사이 6명이 기아로 추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22개월 동안 175명이 숨졌다. 이 중 어린이가 93명이다. 지난 5주 사이 아사한 성인들도 82명이다. 알자지라는 지난 한 달 동안 숨진 아사자가 전쟁 이후 20개월 동안 아사한 이들보다 많았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달 31일 두 명의 이스라엘 인질 모습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인질 1명은 영상에서 먹을 것을 거의 먹지 못했다며 자신은 “죽음의 문턱에 있다”고 말했다.



    이 영상을 공개한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성명을 내 “인질들을 고의로 굶기지는 않지만, 그들은 우리 전사들과 일반 주민들이 먹는 것과 같은 식량을 섭취하고 있다. 그들은 범죄 속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에게 식량과 의료 지원을 제공해줄 것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요청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습을 중단하고 상시 인도주의 통로를 열 경우 국제적십자위원회와 협력해 가자지구 내 인질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겠다고 3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알자리라는 2일 구호트럭 36대만이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2만2천대의 트럭이 가자지구 밖에 기다리고 있다고 가자지구 언론 사무소를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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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현지시각)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주민들이 구호물자를 받고 있다. 베이트라히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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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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