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음주단속.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서울 도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이 외교관은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며 면책특권을 주장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사고 있다.

5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주한튀르키예 대사관 소속 외교관 A씨는 지난 3일 음주운전을 하던 중 택시를 들이받고 현장을 이탈했다.

염천교 부근에서 사고를 낸 A씨는 20분가량 도주하다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멈춰섰다. A씨는 자신을 뒤따라온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A씨는 “‘외교관 면책특권’이 있으니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두 차례 경찰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관 면책특권은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근거하며, 이 협약은 외교관의 신분 보장을 위해 주재국의 민·형사 사법권에서 일정 부분 면제받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현재 192개국이 비준하고 있다.

경찰의 추궁에 A씨는 “와인 2잔과 위스키 반 잔을 마셨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튀르키예 대사관 측에 A씨의 경찰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순찰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외에도 최근 외교관이 연루된 사건이 빈번해지자 시민들의 불안이 증폭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엔 부산 해운대경찰서가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 소속 외교관 B씨를 강제추행 및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일도 있었다.

B씨는 지난 6월 19일 오전 6시 30분경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전동차 안에서 만취 상태로 남성 승객에게 신체 접촉을 하고 실랑이 끝에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동차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행 장면을 확인했다. 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에 근무하던 B씨는 당시 출장 차 부산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 측에 엄중한 주의 경고를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온두라스 외교부는 지난달 15일 “한국 부산에서 발생한 심각한 사건에 연루된 한국 주재 온두라스 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면책권을 박탈했다”며 “현지 사법절차에 따라 명확한 사실관계와 책임이 규명되면 당사자는 적절한 법적 조처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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